[DJ 래빗] 서울 지하철 최악 '콩나물 시루'는 어디?
[편집자 주] 오늘 출근길도 안녕하셨나요?

지옥철 '콩나물 시루'에 끼어온 건 아닌지요. 지하철은 서울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서울시 교통수단 분담률의 39%나 차지하고 있죠. 버스(27%), 자가용차(22.8%)를 압도합니다. 그렇다보니 출·퇴근길 지하철은 늘 지옥철로 불릴 만큼 혼잡하죠. 요즘처럼 푹푹찌는 한여름의 만원 지하철 속 불쾌지수는 하늘을 찌릅니다.

붐비는 서울 지하철 중에서도 어느 노선과 어느 구간이 가장 혼잡할까요? 뉴스래빗이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 전후 서울 전체 지하철 노선의 혼잡도를 한눈에 보여드립니다. 지난 2주간 서울메트로(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서울9호선운영(주)에 요청해 최신 혼잡도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DJ 래빗] 서울 지하철 최악 '콩나물 시루'는 어디?
2015년 하반기 측정한 이들 최신 데이터를 전수 확보해 분석한 사례는 뉴스래빗이 처음이랍니다, 후훗 !.! 각 운영사는 1년 간 교통카드 승하차 기록을 바탕으로 2년에 특정일을 정해 하루동안의 혼잡도를 측정합니다. 조사 대상은 지하철 1~8호선 전 구간과 9호선 가양~동작 구간입니다. 단 9호선은 지난해 9월 중 하루, 가장 혼잡한 가양~동작 구간만을 대상으로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목측(눈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여러분이 매일 오가는 출근 전철의 혼잡도를 확인해보세요. 과연 '지옥철' 문제는 해결되고 있는 걸까요?


▼ 서울 1~9호선 지하철 전역 혼잡도 지도 : TIP 선 터치로 상세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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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두껍고 색이 진할수록 혼잡도가 큰 지역

# 1. 혼잡도 최악 역시나 '9호선 급행'

악명대로였습니다. 오전 8시 전후 9호선 급행(종합운동장 방면) 가양~동작 구간 급행이 서울 전체 노선 중 가장 혼잡했습니다. 아래 9호선 혼잡 지도를 보시죠.


▼ 서울 9호선 지하철 혼잡도 지도 : TIP 선 터치로 상세 데이터

가양~동작 구간 5곳 역 중 4곳이나 혼잡도 200%를 넘었습니다. 1~8호선 전 구간 어느 곳보다 혼잡했습니다. 9호선 역 가운데 최고 혼잡한 곳은 염창역. 혼잡도는 234%에 달했습니다. 이어 당산역(219%) 노량진역(213%) 여의도역(210%) 순, 모두 200%를 초과했습니다.

혼잡도 200%는 모든 좌석에 승객이 앉고 객실통로에 37명, 출입문 사이에 30명이 각각 서있는 상태로 1량에 320명이 탔을 때를 말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표를 봐주세요. 혼잡도 150%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객차당 수송용량 기준인 혼잡도 150% 상태. 좌석에 승객이 모두 앉아있고 객실 통로에 4열 입석, 출입문에 5열 입석한 상태를 의미한다. (출처=서울연구원)
국토교통부가 정한 객차당 수송용량 기준인 혼잡도 150% 상태. 좌석에 승객이 모두 앉아있고 객실 통로에 4열 입석, 출입문에 5열 입석한 상태를 의미한다. (출처=서울연구원)
이미 콩나물 시루죠. 혼잡도 200%면 320명, 150%는 240명이 탄 상황입니다.

234%로 혼잡한 9호선 염창역 1량에는 무려 386명이 타고 있는 셈입니다. 상상만 해도 갑갑합니다. 혼잡도 200%를 넘으면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증가해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고, 승객 간 신체접촉이 심해져 불쾌지수가 치솟습니다.

# 2. 9호선 급행만 북적북적..수송인원 오히려 적다

높은 혼잡도에 비해 9호선 이용객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입니다. 아래 표를 보시죠.


▼ 2015년 1~9호선 수송 인원 그래프 : TIP 선 터치로 상세 데이터

1~8호선 중 구간 길이가 가장 짧은 8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7개 노선보다 9호선 수송인원은 적습니다. 그럼 혼잡한 이유가 뭘까요?

최악 혼잡도를 보이는 '가양~동작' 급행과 달리 이 구역을 지나는 일반 열차 혼잡도 역시 높지 않습니다. 급행 혼잡도가 234%에 달했던 염창역은 일반열차일 경우 199%로 내려갑니다. 물론 200%에 가까운 혼잡도라 사람이 적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염창역 제외한 '가양~동작' 4개역 일반 열차 혼잡도는 급행열차 정차역 중 혼잡도가 가장 낮은 가양역(155%)보다 더 낮았습니다. 여의도역(88%)과 가양역(63%)는 100% 이하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쁜 아침 출근길, 도착 시간이 더 걸리는 일반 열차는 그냥 보내고, 급행에만 승객이 몰린다는 뜻입니다. 일반열차와 급행열차의 배차간격은 1대1로 동일합니다. 조금 일찍 일어나 일반열차를 이용한다면 최악의 급행 혼잡은 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시는 이른 시간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첫차부터 오전 6시 30분까지 기본요금의 20%를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 3. 2·4·7호선 '역시나 여기였군'

서울 지하철 1~8호선 사정은 어떨까요? 2호선(외선순환) 서울대입구~교대 구간, 4호선(사당 방면) 성신여대입구~동대문 구간, 7호선(온수 방면) 용마산~건대입구 구간, 7호선(장암 방면) 철산~가산디지털단지 구간 등이 혼잡 상위권에 들었습니다.


▼ 서울 2호선 지하철 혼잡도 지도 : TIP 선 터치로 상세 데이터

9호선을 제외하면 2호선 서울대입구~교대 구간이 가장 사람이 많이 몰렸습니다. 혼잡도는 165~191%. 이 구간에 속한 5개 역 모두가 1~8호선을 통틀어 가장 혼잡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4호선은 동대문(1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2·5호선), 충무로(3호선) 환승역으로 이어지는 강북 지역에 혼잡도가 컸습니다. 또 강남지역 2호선과 경기도 권역 광역버스로 환승하는 사당역 주변 전철에 승객이 몰렸습니다.


▼ 서울 4호선 지하철 혼잡도 지도 : TIP 선 터치로 상세 데이터

7호선은 건대입구역(2호선)을 중심으로 환승 인파가 많이 몰렸습니다. 다만 4호선과 7호선 혼잡도는 국토교통부 권장 기준인 150%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 서울 7호선 지하철 혼잡도 지도 : TIP 선 터치로 상세 데이터

# 4. '지옥철' 해결위해 태어난 9호선, 효과 없다?

9호선 1·2단계 구간(개화~종합운동장)은 강서 지역 환승 거점인 신도림, 당산 등의 승객 포화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9호선 개통 후에도 2호선 강남 구간의 오전 8시 혼잡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 2호선 구간별 혼잡도 비교 그래프 : TIP 선 터치로 상세 데이터

2호선(외선순환) 강남 구간 역들 중 혼잡도가 가장 높은 사당역의 경우 2011년 176%, 2013년 185%, 2015년 191%으로 9호선 개통 후에도 꾸준히 혼잡도가 커지고 있습니다. 급행 전철 호재로 강서지역 유입 인구가 급증하면서 9호선은 기존 혼잡구간 수요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채 또 하나의 '지옥철'로 전락한 셈입니다.

# 5. 9호선 출근길, 계속 '콩나물 시루' 가능성 높다

혼잡도를 완화할 근본적 해결책 '증차'입니다. 운행 전철을 늘리는 거죠. 서울시는 개통 당시 96량이던 9호선 전동차를 2011년 48량 증차했고, 올 8월 말 32량, 2017년 38량, 2018년 80량을 추가 도입해 총 294량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출·퇴근 시간대 급행열차 비중을 더 높이고, 전동차 한 편성당 량수를 현행 4량에서 6량으로 늘리는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관련 기사] '지옥철' 9호선 8월 말부터 증차…발 디딜 틈 생길까

그럼 증차로 9호선 '콩나물 시루' 문제가 해결될까요? 현재 9호선 하루 평균 수송인원은 약 50만명. 서울 강서지역에는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주로 사는 아파트가 밀집해있습니다. 9호선에는 김포공항, 당산, 여의도, 동작, 고속터미널 등 2호선, 5호선 4호선, 3호선의 대표적 환승 경유지가 잇달아 포진해있죠.

강서권역에는 올해 마곡 지구 8, 11, 12단지 입주와 9, 10단지 분양이 진행됩니다. 2018년에는 LG전자 등 LG그룹 산하 주요 계열사와 여타 기업이 마곡 산업단지로 이전도 준비하고 있죠. 마곡 산업단지 유동인구만 4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보훈병원)이 개통하고, 인천공항철도가 9호선 철로로 강남권에 운영(직결)되면 고객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랍니다. 9호선과 맞물린 강서 개발 수요를 제대로 예측(시뮬레이션)하지 못하면 증차가 '콩나물 시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

[DJ 래빗] 서울 지하철 최악 '콩나물 시루'는 어디?

# DJ 래빗?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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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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