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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르는 조선업계] 시중은행 "나부터 살고보자"

입력 2016-07-26 17:30:19 | 수정 2016-07-27 02:53:04 | 지면정보 2016-07-27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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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업종 신규여신 전면 중단…기존 대출은 회수

대기업 여신 반년새 5.5조↓
은행들, 대우조선 여신등급 요주의로 낮춰 충당금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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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은 지난 13일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현대중공업에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발급해줘야 하는데 다른 은행들도 동참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두 시간여의 간담회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각 은행들은 ‘다른 은행이 모두 RG 발급에 동의하면 우리도 동참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기업 자금 지원을 놓고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조선업 등 취약 업종에 속한 기업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남들이 안 하면 나도 안 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간은행들에서 이런 움직임이 뚜렷하다.

단적인 예가 대우조선해양 여신 처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에 대해 민간은행들은 최근까지 여신 건전성 등급을 ‘정상’으로 분류했다. 이를 놓고 막대한 부실을 내고 분식회계 혐의까지 받고 있는 기업의 여신 등급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민간은행들은 앞다퉈 여신 등급을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KEB하나·농협·기업은행이 차례로 대우조선 여신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추고 충당금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입김도 안 먹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일부 은행장을 따로 만나 대우조선 구조조정과 관련해 ‘독자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으나 은행들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한 금감원의 개입을 사실상 막으면서 감독당국의 힘이 많이 빠졌다”며 “관치 금융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만 지금은 방치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여신 만기 연장을 놓고서도 은행들의 눈치싸움은 치열했다. 금융당국이 만기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지난달 7일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들은 1년 만기 연장 대신 3개월 만기 연장을 택했다.

은행들이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대기업 대출 잔액은 급격히 줄고 있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91조4174억원에서 지난 6월 말 85조8588억원으로 6개월 새 5조5559억원(6.07%) 줄었다. 신규 대출은 줄이고, 기존 대출은 회수하는 방식으로 대출 잔액을 축소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너도나도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는데 우리만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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