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트럼프에 지지율 역전당하고도 집안싸움에 난장판 된 전당대회
25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필라델피아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섭씨 37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 속에 시내 곳곳에선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 경쟁자이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자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자들 간에 욕설 섞인 논쟁과 몸싸움이 온종일 이어졌다. 미국 정당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는 ‘잔칫날’이라는 얘기는 꺼내기도 힘들었다.

사흘 전 폭로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간부들의 ‘반(反)버니’ 성향 이메일 때문이다. 이메일에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DNC 핵심 인사들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돕기 위해 샌더스 의원의 선거운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다.

전당대회장 분위기는 조마조마했다. 힐러리 이름만 나와도 ‘우~’ 하는 야유가 쏟아졌다.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나와 “힐러리밖에 없다”고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샌더스 의원이 “내가 제일 억울한 사람”이라며 “그래도 힐러리를 밀어야 한다”고 말하자 장내는 겨우 조용해졌다.

행사가 끝난 뒤 만난 샌더스 지지자 바버라 코크(35·우버 운전사)는 “샌더스가 대선 후보 자리를 도둑맞았다”고 말했다. 그게 다 슈퍼대의원제도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각 당의 대선 주자는 주별 대의원을 뽑아 이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그런데 선출되지 않는 당연직 대의원이 있다. 슈퍼대의원이다. 민주당엔 4767명 중 713명(15%)이 있다. 주로 전·현직 주지사와 상·하원의원 등이다. 샌더스는 일반 대의원 1846명을 확보해 힐러리(2205명)를 턱밑까지 쫓았다. 그러나 슈퍼대의원 602명이 힐러리에게 몰표를 주면서 패배가 확정됐다.

25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48% 지지율로 클린턴 전 장관을 3%포인트 차로 역전했다. 1주일 전만 해도 클린턴 전 장관이 같은 격차로 앞서던 게임이다.

당은 내분에 휩싸이고, 여론에서는 트럼프에 역전당하고…. 첫 여성 대통령을 향한 클린턴 전 장관의 본선행(行)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박수진 특파원=필라델피아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