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한진그룹에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약 7000억~9000억원을 출자할 것을 요구했다. 당초 요구한 1조~1조2000억원보다 줄어든 수치다. 한진은 하지만 4000억원 이상 출자는 여전히 어렵다고 보고 있어 절충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25일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7000억~9000억원 이상 출자하도록 요구한다’는 것과 ‘자율협약 기간을 오는 9월4일까지 한 달가량 연장한다’는 방안에 합의했다.

채권단은 그동안 1조~1조2000억원을 출자하라고 압박해왔다. 하지만 한진해운 측의 용선료 조정(27%가량 인하) 및 선박금융 만기 연장으로 부족 자금을 메운다는 계획을 일부 받아들여 요구 수준을 낮췄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조정, 선박금융 만기 연장이 성공한다고 해도 최근 화주 이탈과 상거래채권 연체로 여전히 많은 자금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항만 이용료, 컨테이너박스 대여비 등을 5000억원 정도 연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은 4000억원 이상 출자하기는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 또 출자 조건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내걸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이미 2조원 이상을 한진해운에 투입했으며 더 이상 출자하면 대한항공 등 다른 계열사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한진 측 출자 규모가 작으면 한진해운도 현대상선처럼 대주주 감자를 거쳐 채권단 소유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이 7000억~9000억원을 지원하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