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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말하는 성공비결 "특별한 능력없이 공포감 주는 '한국식 좀비' 통했죠"

입력 2016-07-26 17:58:15 | 수정 2016-07-27 00:40:27 | 지면정보 2016-07-27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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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7일 만에 600만 돌파…최단 기간 최다 관객 '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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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 ‘부산행’이 한국영화 흥행사를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20일 개봉한 뒤 폭발적인 관객몰이로 26일 현재 600만명을 돌파했다. 최단기간에 세운 최다 관객 기록이다. ‘부산행’은 저예산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38)의 첫 실사영화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연 감독을 만나 흥행 비결을 들었다. 연 감독은 “이 정도까지 화제가 될 줄 몰랐는데 당황스럽다”며 “새로운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좀비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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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매력적인 존재예요. 하지만 좀비는 특별한 능력이 없어요. 이 점에 성인들은 동질감을 느낄 겁니다. 어릴 때는 누구나 특별해지기를 꿈꾸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좀비는 그처럼 무능력하면서도 공포감을 주는 특이한 존재예요.”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고 연 감독은 전했다.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좀비라는 특별한 소재에 끌린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웹툰에서 많이 봤던 좀비를 국내 실사영화에서 본 거죠. 저도 어릴 때 신선한 소재였던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2’에 열광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는 낯선 좀비가 엮어내는 상황인데도 현실처럼 다가온다. 관객들은 극중 상황과 다양한 인물들에 몰입해 공감한다. “낯선 소재로 관객을 몰입시키려면 내가 사는 사회와 좀비 세상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원 등 소시민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을 불어넣었죠. 할리우드식 영웅주의 대신 고전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처럼 폐쇄된 공간에 갇힌 보통 사람들의 군중극이 되기를 바랐어요. 그게 좀비 영화의 존재 이유입니다.”

극중 주인공인 공유는 평범한 직장인 아버지일 뿐이다. 영웅적인 면모는 조연인 마동석에게 부여했다. “관객들은 다양한 캐릭터 중 누군가에 감정이입을 할 겁니다. 영화를 따라가는 길이 여러 갈래예요. 관객들은 볼 때마다 다르게 읽힌다고 해요. 누구에 대입해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히니까요.”

좀비들의 액션 연기도 실감났다. 연 감독은 좀비 분장을 의도적으로 너무 강하지 않게 했다. 괴물로 분장하면 이질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좀비가 ‘다친 인간’으로 보이도록 주문했다. “동작으로 색다른 이미지를 주려고 했어요. 좀비는 움직이는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봤죠. 그래서 관절을 꺾는 ‘본 브레이킹 댄스’를 결합한 액션을 만들어냈죠.”

‘부산행’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불신과 혐오, 공포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유 일행이 안전한 15호칸으로 간신히 넘어왔을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사 쫓겨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금방 가족을 잃은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공포심 때문에 소리를 지르죠. 불안과 공포로 혐오가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담았어요. 영화엔 두 가지 공포가 있습니다. 첫째는 좀비, 두 번째는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믿을 만한 존재도 없이 고립됐다는 공포죠. 수많은 재난을 겪은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공통의 기억과 불신, 공포를 담았어요.”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연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보고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기를 꿈꿨다. 2003년 상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애니메이션 회사에 1년 반가량 다니면서 그림을 직접 그렸다. 그는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연출은 그림과 실물 동영상이란 점이 다를 뿐 기본적으로는 같다”며 “‘부산행’도 애니메이션처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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