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스테이] 경북 경주시 세심마을, 선비의 발자취 느끼며 활쏘기·투호놀이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가 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으뇨.’ 경주 안강의 자옥산 골짜기에 들어앉은 세심마을에선 400년 넘게 이어온 선비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수려한 자연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마을이다.

[팜 스테이] 경북 경주시 세심마을, 선비의 발자취 느끼며 활쏘기·투호놀이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1리가 지명이다.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이 1532년 이곳에 낙향해 성리학 연구에 매진했다. 회재 선생은 마을의 아름다운 산과 바위마다 이름을 붙였다. 세심대는 너른 바위의 이름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자연을 통해 마음을 닦으라는 의미다. 정조 때 지방 초시를 이곳에서 열기도 했다. 세심마을이란 이름도 여기에서 왔다.

마을 입구에 있는 옥산서원은 사적 제154호다. 회재 선생을 추모하고 선비들이 학업을 연마하던 곳이다. 옥산1리 입구에서 정동 쪽으로 가면 정문인 ‘역락문’이 있다. 역락문에 이르려면 폭포 위를 외나무다리로 건너야 한다. 몸과 정신을 한곳에 모아 외길 선비정신을 기리게 된다.

옥산서원에서 골짜기를 따라가면 회재 선생이 살던 독락당이 나온다. 독락당의 별당인 ‘계정’은 자연과의 조화가 절묘해 한국 정자의 본보기로 꼽힌다.

가족들이 즐길 만한 활동도 다양하다. 한복 입고 예절을 배우고, 과거 보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옥산 서원에서 사행시를 짓는 문과, 활쏘기와 제기를 만들어 차보는 무과 시험이 있다. 회재 선생을 따라 예절을 배우는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팽이 던지기, 떡메치기, 투호놀이는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다. 풀잎으로 손수건을 염색해보고, 농산물을 수확해 전을 부쳐 먹을 수도 있다.

가족들과 단체를 위한 깔끔한 숙소도 마련돼 있다. 각종 교육과 체험 활동이 펼쳐지는 세심체험관에서 공동식사와 숙박이 가능하다. 옥산서원길에 지은 한옥에서 가족끼리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다.

마을을 높은 곳에서 보고 싶다면 마을 서쪽의 자옥산을 출발해 북쪽 도덕산까지 산행을 해봄 직하다. 마을 뒷산이 품고 있는 옥산 저수지에서 낚시를 해도 좋다. 참붕어와 잉어, 향어를 잡을 수 있다.

마을의 특산물로는 간 해독 효과가 뛰어난 엄나무순 장아찌가 인기다. 시금장은 경북 지역에서 춘궁기에 된장이나 고추장이 떨어졌을 때 며칠 만에 발효시켜 먹던 장이다.

마을을 방문한 뒤엔 차로 20분 거리인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를 방문해도 좋다. 옥산서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양동마을도 유명하다. 유명한 양반마을로 조선시대에 지은 전통가옥 100여채가 남아 있다. 동해안의 청정 해산물이 모이는 죽도 어시장을 둘러봐도 좋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