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환율 요동치는 중국·일본] 일본 엔화 강세…수출 줄고 물가 '뚝'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오는 28~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본은행이 이날 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엔화가치가 최근 한 달간 6엔 이상 떨어졌으나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완화 방안이 발표되면 다시 반등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 41명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32명이 이번 회의 때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응답했다. 10명 중 8명꼴로, 2013년 4월 일본은행이 양적완화에 들어간 뒤 가장 높은 추가 완화 응답률이다. 추가 완화 방안(중복응답)으로는 72%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한도 확대를 예상했으며 현행 -0.1%인 마이너스 금리의 추가 인하, 연간 80조엔 규모인 국채 매입한도 확대 등 순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엔화 강세 기조를 누르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막대한 국채 등을 떠안은 일본은행은 더 이상의 무리한 양적완화 방안을 내놓기도 어려운 처지다.

일본 경제는 올 상반기 엔화가치 상승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작년 말 달러당 120엔대이던 엔화가치는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직후인 지난달 24일 100엔 위로 치솟았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올 상반기 수출이 34조5183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하반기(-23%)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4% 하락해 3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중 2% 물가 목표’ 달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다. 20조~30조엔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인 일본 재무성 내에서도 정부와 정책공조 차원에서 일본은행이 “이번에는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가치는 브렉시트와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지속적인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기자들에게 “필요하다면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단행해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보장이 없는 점이 부담이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완화를 해도, 안 해도 회의 후 엔고가 되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