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이 25일 UL인터내셔널크라운 대회 마지막 날 개인전 13번홀에서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뒤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세영이 25일 UL인터내셔널크라운 대회 마지막 날 개인전 13번홀에서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뒤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골프 올림픽 메달 전선에 독일까, 약일까. 세계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UL인터내셔널크라운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숙제와 희망’을 동시에 받아들었다. 지난해 한국 일본 호주 유럽 등 4개 투어 대항전인 퀸즈컵 2위에 이어 연속으로 준우승에 머문 것이다. ‘개인 경기엔 강하지만 단체전에 약하다’는 세간의 지적을 입증하듯 종합성적에선 ‘세계 최강 K골프’의 위엄을 과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김세영(23·미래에셋)이 보여준 절정의 기량은 올림픽 메달 기대감을 높일 만한 수확이라는 평이다.

◆K골프, 개인전에서 뒷심 부족 드러내

한국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의 메릿GC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싱글 매치플레이 4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 승점 4점을 추가했다. 종합성적 12점을 기록한 한국은 미국(승점 13)에 이어 준우승에 그쳤다. 2년 전 열린 첫 대회 공동 3위보단 좋은 성적. 하지만 아쉬움이 더 큰 경기였다.

세계랭킹만 놓고 보면 7위 양희영(27·PNS창호)과 9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각각 22위, 32위인 노무라 하루(일본)와 테레사 루(대만)에게 앞서는 형세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양희영이 2홀 남기고 3홀 차로 노무라에게 완패했고, 전인지도 테레사 루에게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4홀 차로 무릎을 꿇었다. 맏언니인 양희영은 “국가대표로 싸운다는 점 때문인지 긴장이 많이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희영은 이번 대회 포볼 게임에서 2승1패, 개인전에서 1패를 기록했다. 전인지는 한국의 종합우승이 물 건너간 것으로 확인되자 눈물을 흘리며 렉시 톰슨(미국)을 격파한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을 끌어안는 것으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인지도 포볼 경기에서 2승1패, 개인전에서 1패를 남겼다. 전인지는 “생각대로 경기가 안 풀렸지만 선배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강철 멘탈’ 김세영의 재발견

한국이 기대한 결승 개인전에서 반타작에 그치는 등 ‘전강후약’의 모습을 보였다면 미국은 ‘전약후강’에 가까웠다. 개인전에서 특히 펄펄 날았다. ‘베테랑 아줌마 골퍼’ 크리스티 커가 멀리사 리드(잉글랜드)를 3홀 차로 꺾었고, ‘부부 골퍼’ 저리나 필러가 대만의 청야니를 4홀 차로 완파했다. ‘예비 신부’인 스테이시 루이스는 일본의 미야자토 미카를 3홀 차로 가볍게 눌렀다. 미국은 종합성적 13점으로 한국을 1점 차로 제치고 우승을 확정했다.

시드 순위 2위로 대회에 출전한 미국은 단체경기에 강한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대회 첫날 시드 7위인 잉글랜드와의 포볼 매치플레이에서 2패를 당하면서 예선 탈락까지 걱정한 미국이었다. 하지만 마지막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3승으로 6점을 거머쥔 끝에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지난해 미국은 유럽여자프로골프팀과의 대륙 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 6-10으로 지다 막판 개인전에서 승부를 뒤집어 우승컵을 차지했다. 크리스티 커는 “첫날 패배 후 회식을 하며 전의를 다시 다진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팀이 준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건 유소연과 김세영의 활약 덕분이다. 특히 김세영은 첫날 미국팀을 제압하며 파란을 일으킨 잉글랜드의 신예 찰리 헐을 5홀 차로 꺾고 개인전 첫 승점 2점을 보태며 우승 경쟁의 불씨를 살렸다. 김세영은 11번(파4) 한 홀만 헐에게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헐을 압도했다. 첫날 중국의 신예 옌징과 펑쓰민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게 약이 됐다.

김세영은 “샷감이 좋아 올림픽도 기대된다”며 “방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세영 전인지 양희영은 박인비와 함께 다음달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여자골프 올림픽 첫 라운드에 출전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