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불리는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 적임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신산업 육성 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3기 단장을 영입하기로 했지만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채용공고에도 아직 후보자를 확정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명망있는 거물급 기업인을 찾지 못해서라고 설명하지만 그보다 먼저 왜 그런 인사가 나타나지 않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산업부는 R&D 예산이 3조4000억원에 달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빅2’로 불린다. 이런 규모의 예산을 총괄하는 R&D단장이라면 보통 중요한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원하는 인사는 지원하지 않고 그렇지 않은 인사만 모여든다는 것은 무언가 조직 운영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산업기술계에서 산업부 R&D단장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1기 단장을 맡았던 황창규 현 KT 회장이 당시 장관급으로 대우받았다지만 과연 그에 걸맞은 권한을 가졌느냐에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흔든다. R&D 예산 대부분이 관료에 의해 ‘칸막이식'으로 결정되는 부처 내 구조는 견고하기만 했고, 그나마 시도했던 변화도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 등 복잡한 ‘옥상옥 거버넌스’에 막혀 좌절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더구나 2기 단장은 차관급으로 격하된 마당이다. 말이 전략단장이지 역할과 비전이 모호하다 보니 겉도는 것도 당연하다.

관료들은 R&D 예산을 나눠주는 데서 손을 떼라는 취지로 출범한 것이 R&D전략기획단이다. 이 조직이 실제로 그런 역할을 했다면 지금처럼 단장을 구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기업인 출신 거물이 실권도 없을 것이 뻔한 그런 자리에 가겠나. 결국 정부가 아무리 조직을 만들고 민간인을 갖다 앉혀도 관료가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될 일이 없음을 보여준다. 정부 R&D예산이 18조원을 넘어섰지만 효과는 오리무중이라는 한국이다. 거물을 영입하려면 그에 걸맞은 책임과 권한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