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천국’이라는 유럽에 노동개혁 바람이 거세다. 위기를 겪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간판기업(노키아) 몰락으로 경제가 망가진 핀란드는 물론 비교적 사정이 나은 영국 네덜란드까지 망라하고 있다. 최근엔 프랑스도 가세했다. 유럽 경제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도 회복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더구나 노동개혁의 내용도 해고절차 간소화, 경영상 해고 인정 등 파격적이다.

주목할 점은 노동개혁에 좌우가 없다는 것이다. 우파 정권인 스페인 독일 영국 핀란드는 말할 것도 없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사회민주주의 집권당이 고용과 해고의 유연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의 올랑드 대통령은 협약에 의한 근로시간 연장(35→46시간) 허용, 경영상 해고요건 명확화(4분기 연속 매출감소, 2분기 연속 적자 등), 구조조정 필요시 해고 허용 등을 제도화했다. 이탈리아의 사민당 출신 렌치 총리는 객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는 법원심의 없이도 가능하고, 징계해고는 원직 복직을 제한토록 했다. 진보정당이 노동개혁에 더 적극적이다.

노동개혁은 필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2012년 재정위기를 겪은 이탈리아는 전임 몬티 총리의 해고유연화, 2014년 말 렌치 현 총리의 해고절차 간소화 등 노동개혁 입법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피아트 등 간판기업들이 회생하면서 지난해 정규직 신규채용이 전년보다 46.9%나 늘었다. 청년실업률도 2014년 7월 43%에서 올 1월 38%로 낮아졌다. 스페인도 전체 실업률이 2013년 1분기 사상 최고인 26.9%에서 올 1분기 21.0%로 내려갔다.

유럽의 변신은 해법이 안 보이는 한국의 노동개혁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고용유연화는커녕 되레 노동관련법을 개악한 게 한국의 노동개혁이다. 청년실업은 5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데 노동시장의 최상층을 독점한 강성노조들은 다시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유럽의 노동개혁안을 국내에 도입한다면 당장 야권과 노동계가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다.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무엇이 진짜 ‘진보’인지 되새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