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왼쪽)과 홍문종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왼쪽)과 홍문종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친박근혜)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내달 9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표 경선에 출마키로 했다.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등판 가능성이 높아 당권 경쟁 구도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홍 의원은 25일 “출마하기로 했으며, 단일화 작업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과 만나 대표 출마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한 의원은 “홍 의원을 친박계 후보로 ‘교통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계 핵심인 최 의원과 서 의원이 잇따라 당권 도전을 포기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홍 의원을 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친박계가 홍 의원을 밀기로 한 것은 차기 대권 구도와도 연관이 있다. 친박계 관계자는 “이번에 당권을 내주게 되면 내년 대선국면에서 친박계가 역할을 할 수 없어 대표 경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 의원 주최로 27일 열리는 대규모 만찬 회동이 주목받고 있다. 서 의원 측은 만찬 회동에 당권 주자들을 부르지 않았으나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홍 의원은 초청을 받았다. 이번 만남이 자연스럽게 홍 의원 쪽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완전한 친박계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홍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 이주영·한선교 의원 및 비박계 정병국 의원 등과 만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후보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비박들끼리 뭉쳐 ‘누가 누구를 밀고’ 하는 것을 서로 선전하고, 또 친박도 그런 모임을 한다는데, 참으로 부끄럽고 염치없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홍 의원이 출마하면 비박계가 새로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 후보 간 단일화 속도가 빨라지거나 새 대항마를 내세울 수도 있다. 김 전 지사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 전 지사는 이르면 26일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비박계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 온 김무성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최근 김 전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두 사람 간 대권-당권 역할분담설도 나왔다. 이른바 ‘문(김문수 당권)-무(김무성 대권) 합작론’이다. 김 전 대표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 전 지사 출마에 대해 비박계 후보들은 반발하고 있다. 비박계 주자인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의원은 이날 여의도에서 만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전대는 새누리당을 철저하게 고치는 혁신 전대가 돼야 하는데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우리 세 후보는 혁신의 흐름을 관철하기 위해 뜻을 모으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과 김 전 지사 모두 출마한다면 당 대표 경선 후보는 8명이 된다. 출마자가 7명 이상이면 컷오프해 최종 후보 5명을 추려내기로 한 만큼 후보 간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비경선이 불가피하다.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각각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가 안 되더라도 친박계는 친박계대로, 비박계는 비박계대로 표 결집을 호소하면서 경선은 계파싸움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