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25일 오후 3시58분

[마켓인사이트] '외화내빈' 엔터테인먼트사, 상장 문턱서 줄줄이 '미끄럼'
연예기획사·드라마제작사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상장이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류 열풍을 이끄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회사가 영세하거나 한 작품의 성패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스타에 의존해 실적 변동성 높아”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골든브릿지제4호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 상장하려던 드림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2일 합병계획을 철회했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걸스데이(사진) 등이 속한 연예기획사다.

드라마 제작사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도 지난 5월 동부제4호스팩과의 합병을 철회했다. 보이그룹 비스트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한 차례 상장을 철회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코스닥시장에 입성하기도 했다.

규모가 영세하다는 점이 엔터사 상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기에는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거래소에서 받았다”며 “덩치를 키워 내년에 다시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61억원, 당기순이익 8억원을 올렸다.

실적이 한 작품이나 연예인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신건식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사의 사업 모델은 작품 또는 연예인의 흥행과 연관돼 있다”며 “드라마 제작사는 작품의 지상파 편성에 성공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투자관행도 걸림돌

엔터업계 특유의 회계·투자 관행도 상장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채권형 선급금 투자’가 대표적이다. 채권형 선급금 투자는 기획사가 투자를 유치할 때 이익이 나면 투자자와 나누고 손실이 나면 기획사가 모두 떠안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기획사는 아직도 지분투자 방식 대신 채권형 선급금이란 불리한 관행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회사 내부통제가 부실한 점도 종종 도마에 오른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스팩과 합병해 상장을 추진하다가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철회했다. 이후 다시 상장을 추진해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최근 창업자 홍승성 회장이 내부 갈등으로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는 등 회사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코스닥 상장회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소속 연예인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부당거래했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터업계는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시장”이라며 “거래소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엔터사에 까다로운 상장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