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는 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이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미FTA(자유무역협정)·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의 재협상 하겠다고 거듭 주장해왔지만, 수 틀리면 미국이 WTO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후보는 24일(현지시간) NBC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국외로 생산적 일자리를 가져가는 미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는 15%∼35%의 세금을 매길 생각"이라고 주장하자, 프로그램 진행자인 척 토드가 '그렇게 과도하게 세금을 물리는 방안은 WTO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는 "그때는 우리는 재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철수할 것"이라고 말한 뒤, "이런 무역협정들은 재앙이다. 당신이 알다시피 WTO는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 등을 비롯해 현재 163개 회원국을 둔 WTO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무역질서를 관장해온 가트(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대체해 1995년 1월 출범했으며, 국가 간 무역규범들을 다루는 유일한 글로벌 국제기구이다.

제네바에 사무국을 둔 WTO는 자유로운 세계 무역질서 강화와 회원국 간 무역분쟁 조정·중재, 새로운 무역협정 협상을 위한 정부 간 포럼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1일 행한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우선으로'(Make America First Again)라는 대선 슬로건대로 한미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의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등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역설했다.

연설에서 트럼프는 "나의 경쟁자(힐러리 클린턴)는 실질적으로 미국의 중산층을 파괴하는 모든 무역협정을 지지했다. 나프타도 지지했고, 중국이 WTO에 들어오는 것도 지지했다"며 "그녀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또 TPP도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나는 우리 노동자를 해치거나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해치는 어떤 무역협정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나는 개별 국가들과 개별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