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전략단장 석 달째 공석 "거물급 인사…어디 없나요?"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구개발(R&D) 전략 수립을 맡길 적임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명망 있는 거물급 기업인을 원하는 산업부의 눈높이에 걸맞은 인사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다.

24일 산업부에 따르면 3조4000억원 규모의 산업부 R&D 예산 기획·전략 등을 총괄해 ‘국가최고기술책임자(CTO)’라 불리는 R&D전략기획단장(차관급) 자리가 석 달 가까이 비어 있다. 당초 산업부는 후임 인선 전까지 2대 단장(비상근)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SNU프리시젼 대표)에게 단장직을 계속 맡길 계획이었다. 2013년 단장직에 오른 박 교수는 지난 4월 말 3년 임기가 만료됐다. 그러나 박 교수는 5월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사실상 전략단 업무에서 손을 뗐다.

산업부는 올 들어 신산업 육성을 위해 3기 단장을 상근직으로 뽑기로 정하고 4월과 5월 두 번이나 채용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후보자를 확정짓지 못했다. 공모와 유관기관 추천 등 자천타천으로 10여명이 후보군에 올랐지만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모두 ‘퇴짜’를 놨다고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1기 단장을 지낸 황창규 KT 회장이나 성공한 벤처사업가인 박 교수처럼 돋보이는 기업인을 앉히고 싶지만 적합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후임 단장 선임이 미뤄지면서 분야별 투자관리자(MD) 인선 등 전략단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주력산업MD를 맡았던 윤의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에너지산업MD였던 박상덕 전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은 6월 말 임기를 마치고 전략단을 떠났다. 임교빈 신산업MD(수원대 화학공학과 교수)만 후임 단장이 정해질 때까지 퇴직을 미루기로 했지만 2학기 개강 전인 8월 말에는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 안팎에선 원활한 후임 단장 선임을 위해선 정부가 전략단의 역할과 비전 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업기술계 관계자는 “R&D 예산 대부분이 공무원들에 의해 ‘칸막이식’으로 결정되는 구조에선 전략단장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