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재무장관 회담 >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중국 청두를 방문 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4일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장관(왼쪽)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중 재무장관 회담 >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중국 청두를 방문 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4일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장관(왼쪽)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조목조목 문제점도 지적했다. 말을 아끼던 평소와는 달랐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내수 경기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 부총리는 지난 23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법 하나 때문에 사회가 어떻게 움직일지, 서로 못 믿는 세상이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에 머물고 있다.

○“별도 대책 마련해야 할 수도”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과 관련해 유 부총리는 “정말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김영란법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11조원에 이른다는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7~0.8%”라며 “영향력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고 또 다른 산업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대책 마련에 대해선 “아직 하지 않고 있다”며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22일 규제개혁위원회는 식사접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한 원안에 동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유 부총리는 “언젠가는 분위기가 변하겠지만 오랜 관습을 법 하나로 일거에 고치겠다는 게 맞는 것인가”라며 “한도를 정해 그 문화를 바꾸는 것은 조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 법 적용 대상이 확대된 것에 대해서도 “고위 공직자, 장·차관, 고위 공무원단, 판·검사 같은 특수직 정도로만 한정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비관세 장벽 우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전면적인 경제 보복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유 부총리는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돼 있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하고 있다”며 “경제 관계라는 것은 기분 나쁘다고 마음대로 보복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비즈니스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이 과거와 같이 은근히 비관세 장벽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신경 쓰인다”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수출은 내달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유 부총리는 “전년 대비 조업 일수가 하루 반 짧고 작년 7월에 선박 수주가 좋아 이달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지만 다음달이면 상승세로 반등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지난 22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다음달 12일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기도하는 심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야당에서 추경을 왜 하냐고 했다가 이제는 이것만 해서 되겠냐고 한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누리과정 예산의 추경 반영에 대해서는 “어느 교육청은 편성했는데 (다른 교육청은) 끝까지 버티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홍기택 부총재의 휴직으로 논란을 빚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관련해선 “AIIB 부총재직 한국인 선임을 위해 최후의 가능성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