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독주시대가 열리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고, 불안해진 글로벌 투자금이 미국을 향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강한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다이버전스(대분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달러 독주시대] 브렉시트 이후 달러 '나홀로 초강세'…"1년내 1弗=1유로 될 것"
○달러 4개월래 최고 수준

지난 22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39% 상승한 97.35를 기록했다. 올 3월10일 이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주간 기준으로 5주 연속 상승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긍정적인 경기지표와 유럽 등 다른 국가의 취약한 경제상황이 대조를 보이며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화 강세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한 달간 더욱 가파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달러인덱스는 4.2% 상승했다. 반면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2.6% 폭락한 파운드당 1.30달러까지 밀리며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도 최근 한 달 사이 4% 하락하며 유로당 1.09달러까지 밀렸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과 영국의 경기 동반부진 전망에 유로화와 파운드화 모두 달러에 동반 약세를 보인 것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 역시 브렉시트 직후 한때 달러당 99엔까지 가는 초강세를 보였으나 경기부진 여파로 다시 106엔으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대피처가 된 미국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이 글로벌 투자금의 ‘대피처’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이후 안전과 수익을 좇아 미국으로 투자금이 피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의 경기 부진과 대조적으로 미국만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것도 미국물(物)에 돈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율과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용 등 각종 지표도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미국 증시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0.46% 오른 2175.03으로 마감하며 20일 세운 역대 최고치 기록을 이틀 만에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도 이날 0.52% 상승한 5100.16으로 마감하며 지난해 12월29일 이후 처음으로 5100선을 돌파했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최근 어닝시즌을 맞은 미국 대표기업들까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투자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설문조사에서도 월가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거래로 미국 주식과 채권, 달러에 대한 ‘매수 포지션’이라고 응답하는 등 위험과 안전자산 가리지 않고 미국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 다이버전스 예고

달러 강세는 앞으로 미국과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의 차이로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지표 두 가지 모두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여주는 반면 영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위기에 직면해 각자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필요 시 추가 완화정책을 예고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9월 이후 양적완화 확대 등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투자은행들의 분석이다.

반면 월가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도 미 경제가 흔들림 없는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을 빠른 속도로 거둬들이고 있다. 22일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50%로 올렸다. 수주 전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20%를 밑돌았다.

골드만삭스는 달러화 가치가 향후 1년 내 7% 상승하면서 유로화 가치와 1대 1로 같아지는 ‘패리티(등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엔·달러 환율도 125엔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