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이 24일 문영퀸즈파크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장수연으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이승현이 24일 문영퀸즈파크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장수연으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투어 7년차인 이승현(25·NH투자증권)은 선후배 사이에서 ‘스마트 골퍼’로 통한다. 두뇌가 명석해 경기 관리 능력이 빼어나서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이용덕 씨)는 초·중·고교 시절 골프를 하면서도 학교 성적이 빼어난 그에게 명문대 진학을 권했다. 그는 ‘너무 재밌다. 후회하지 않겠다’며 골프를 택했다.

드라이버 비거리(평균 245.39야드)는 투어 41위로 그다지 길지 않다. 하지만 투어 24위인 아이언과 퍼팅(7위) 등 쇼트 게임이 안정돼 있어 챔프 등극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우승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2주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챔프

‘스마트 골퍼’ 이승현이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승현은 24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 골프장(파72·6424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문영퀸즈파크챔피언십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제패했다. 지난주 BMW챔피언십 고진영(21·넵스)에 이어 2주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를 친 그는 끝까지 추격전을 펼친 정연주(24·SBI저축은행)와 배선우(22·삼천리) 등 2위 그룹을 5타 차로 넉넉히 따돌렸다. 올 시즌 첫승이자 통산 4승째다. 2라운드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15개를 뽑아내며 무결점 경기를 뽐낸 그는 3라운드에서도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추가로 줄여 순위표 맨 윗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출발은 불안했다. 이틀 동안 버디쇼를 벌였던 것과 달리 드라이버 티샷과 아이언 샷이 자주 러프로 향했다. 3번 홀(파5)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더니 결국 4번 홀(파4)에서 보기가 터져 나왔다. 버디홀인 7번 홀(파5)에서도 파를 지키는 데 그쳤다. 그러는 사이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정연주와 김지영(20·올포유)이 버디 행진을 벌이며 2타 차까지 쫓아왔다.

정교한 쇼트게임이 다시 불을 뿜은 건 8번 홀(파3)부터였다. 아이언과 웨지 샷을 홀 5m 안팎에 떨구면서 버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8번 홀에 이어 10번 홀(파4), 12번 홀(파4), 16번 홀(파5)에서 3타를 추가로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17번 홀(파3)을 파로 지켰을 때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5타 차까지 벌어졌다.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마무리한 그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2년2개월여 만의 우승을 만끽했다.

이승연은 “일찍 2승을 올린 뒤 우승 문턱까지 가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또다시 우승할 수 없을 것 같아 가슴을 졸여왔다”며 “기다린 보람이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우승 없이 준우승만 네 번 했다.

행운의 홀인원 2개 펑펑

이번 대회에선 올 시즌 처음으로 홀인원이 두 개나 쏟아져 선수 두 명이 1억8000여만원 상당의 홀인원 경품을 타는 횡재를 했다. 국내 투어와 중국 투어(CLPGA)를 오가며 활약 중인 정예나(28·SG골프)는 1라운드 13번 홀(159m)에서 3번 하이브리드로 친 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홀인원을 터뜨려 1억300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차지했다. 이어 2라운드에서는 윤선정(24·삼천리)이 8번 홀(142m)에서 9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홀컵으로 파고들며 행운의 에이스를 기록했다. 윤선정은 4500만원 상당의 삼륜 오토바이(케남 BRP)를 부상으로 받았다.

파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