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지원 정책 발표…데이터·음성 무제한 비용 인하
제4 이동통신 재추진 일단 중단…알뜰폰 육성에 집중키로


음성 상품 위주였던 알뜰폰이 실속형 데이터 요금제를 대거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등 이동통신 3사보다 수십%씩 싼 상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성장 정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주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런 알뜰폰 지원방침이 담긴 '통신시장 경쟁정책 추진계획'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알뜰폰은 현재 가입자 점유율 10%를 넘겼지만 음성·선불폰 중심 상품이 많은 탓에 데이터 요금제로 무게 중심이 완전히 넘어간 요즘 소비 경향에 뒤처져 추가 성장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데이터와 관련된 비용을 줄여 알뜰폰이 더 활발하게 신규 데이터 요금제를 개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이번 계획의 골자다.

◇ 비용 깎아 여력 마련
미래부는 알뜰폰의 서비스 원가를 결정하는 망(네트워크) 임대료에서 데이터 상품과 관련된 비용을 다각도로 낮췄다.

망 임대료의 사실상 기준 역할을 하는 SK텔레콤의 도매 대가에서 올해 알뜰폰이 낼 데이터 비용을 작년보다 18.6% 인하하고 음성 무제한제 때 나가는 추가 비용도 요금 구간에 따라 5.7∼43.4%씩 깎았다.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요금을 중계해 팔 때 이통사·알뜰폰이 수익을 나누는 비율도 조정해 알뜰폰의 몫을 5%포인트씩 인상했다.

전체 수익을 100으로 볼 때 알뜰폰이 가져가는 비중이 예전에는 요금 구간에 따라 45∼55 사이였는데 이를 50∼60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하반기 중에는 알뜰폰 업체들이 TB(테라바이트)·PB(페타바이트) 등 대용량으로 데이터를 구매할 때 추가 할인을 해주는 방안을 이통사와 협의해 추진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알뜰폰 업체를 위해 전파사용료(연 330억원)를 1년 더 감면해주기로 했다.

◇ 데이터 요금 수십%씩 '다운'
이런 다양한 조처로 알뜰폰 업계에는 수백억 원대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 신규 데이터 상품을 대거 개발할 여력도 생길 것으로 미래부는 내다봤다.

알뜰폰은 2011년 도입 이후 손실 폭이 많이 줄었지만, 작년 업계 전체의 적자가 511억원에 달하는 등 아직 자금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부는 실제 알뜰폰 업체들이 준비하는 데이터 상품안을 확인한 결과 이통 3사보다 수십%씩 가격이 쌌다고 전했다.

예컨대 3.5GB(기가바이트) 데이터에 음성 무제한인 요금제는 SK텔레콤이 단말 보조금을 포기하고 20% 할인까지 받아도 월 4만1천360원(이하 부가가치세 포함가)을 내야 하는데, 같은 알뜰폰 상품은 3만4천400원으로 16.8%가 쌌다.

11GB·음성 무제한은 SK텔레콤이 20% 할인을 적용해도 월 5만2천712원인데 같은 조건의 알뜰폰 상품은 18.8%가 싼 4만2천800원이었다.

또 데이터가 300MB(메가바이트)에서 1GB인 알뜰폰 요금제는 가격이 월 1만∼1만6천 원 사이인 사례도 많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통사의 기존 데이터 상품이 데이터양이 너무 작거나 많고 그사이의 '중간 사이즈'가 없어 불만이 적잖았는데 알뜰폰 업계에서 데이터 밴드를 더 촘촘하게 쪼갠 신상품을 내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제4이통 선발 '스톱'…요금 인가제 폐지 추진
미래부는 2010년 이후 지금껏 7차례 선정이 무산된 제4 이통사와 관련해서는 "일단 성급한 재추진은 지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 이통 3사의 대항마로 알뜰폰 업체를 키우고 이후 신청 수요 등의 사정을 봐서 내년 초 추진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것이다.

단 적격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주파수 중 2.5㎓ 대역은 제4 이통사 몫으로 정해 당분간 남겨놓기로 했다.

한편 미래부는 이통 3사 중 1위 업체인 SK텔레콤에만 적용되던 '요금 인가제'를 폐지키로 하고 지난달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을 정부 발의했다.

요금 인가제가 없어지면 SK텔레콤은 경쟁사인 KT나 LG유플러스처럼 새 요금제를 신고만 하면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즉 SK텔레콤이 요금제를 출시할 때마다 걸리던 시간이 예전 1∼2달에서 1∼2주로 대폭 짧아져 이통 3사가 더 활발하게 신규 요금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미래부는 전했다.

미래부는 또 소비자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자 이동통신 요금할인·멤버십 등에 대한 안내 고지를 강화하고 통신비 정보를 안내하는 '스마트 초이스' 웹사이트도 개편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