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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산업 경쟁력 뿌리째 흔들리는데…영업기밀 새나가는 줄 모르는 기업들

입력 2016-07-23 09:05:00 | 수정 2016-07-24 09:58:51 | 지면정보 2016-07-23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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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수법' 갈수록 지능화

한 해 평균 100여곳 범죄 타깃…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중기 대부분 '보안 사각지대'…설계도면 빼돌려도 속수무책
경찰, 중소기업청과 함께 기업 대상 '기술보호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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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1100억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선박·발전설비용 ‘힘센엔진’은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꼽힌다. 2001년 1호기가 생산된 이후 고출력 엔진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에는 누적 매출 5조원의 성과로 보답했다. 정부는 힘센엔진을 조선분야 7대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얼마 전 이 엔진 핵심 부품인 실린더헤드 도면이 유출됐다. 선박부품 수출업자와 하도급업체가 공모해 이 도면을 빼돌린 뒤 복제품을 생산했다. 이들은 수출까지 준비하다가 지난달 부산지방경찰청에 덜미가 잡혔다. 부산경찰청은 ‘힘센엔진이 불법 제작되고 있다’는 현대중공업의 의뢰를 받아 1년 가까이 수사를 벌여 일당 10여명을 검거했다.

◆드러난 기술 유출만 연 100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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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찰청에 따르면 매년 100여곳의 기업이 기술 유출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경찰은 2010년 이후 지난달 말까지 617건의 산업기술 유출 사건을 조사해 피의자 1938명을 검거했다. 기술 유출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인지되지 않은 사건까지 합하면 피해 기업은 경찰 적발 건수를 크게 웃돌 것이란 분석이다.

기술 유출은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쌓아올린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을 한순간에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외로 기술이 유출된 사건은 전체 617건 중 109건(17.6%)에 이른다. 한국 주력 산업인 조선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빼가려는 시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주요 산업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62건)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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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업기술 유출범들의 수법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남지방경찰청에 붙잡힌 인도 국적 엔지니어는 국내 조선회사 세 곳의 특수선박 설계도면을 빼돌리다 덜미가 잡혔다. 그는 2006년 1월부터 1~2년씩 국내 조선업계 ‘빅3’ 회사를 옮겨다니며 석유시추선 전장제어 설계도면 등을 확보했다. 국내 조선사 설계팀 연구원(차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고액 연봉을 받고 해외 조선사로 이직하기 위해 인도로 귀국할 날짜를 잡아둔 상태에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들은 연봉의 2배, 많게는 5배를 주겠다며 기술 유출을 제의한다”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을 빼돌리면 관련 법에 따라 중형에 처해진다”고 말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업기술을 유출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7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해외 유출 땐 가중 처벌돼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기술 보호에 손 놓은 중소기업

기술 유출 사건은 주로 첩보를 바탕으로 은밀하게 수사가 이뤄진다. 수사 사실이 알려지면 피의자가 이메일이나 정보저장장치에 남아있는 증거를 은폐하거나 해외로 도주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업 자체적으로 기술 유출 사건을 조사하기도 한다. 한 흥신소 관계자는 “기업에서 산업 스파이로 의심되는 직원을 조사해달라고 의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기업들은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산업계에도 산업기술 유출 피해를 선제적으로 막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비밀유지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담당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자체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산업기술이 유출되면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경찰 신고는 물론 민사소송도 적극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상당수는 중소기업을 노리고 있다. 전체 617건의 피해 사건 중 85%(526건)는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을 노린 범죄였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이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관리를 소홀히 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영업비밀 등을 관리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문서의 등급을 나눠 보관하고 내부 보안규정을 두는 등의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회사의 영업비밀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경찰 중소기업청 특허청 등도 중소기업 기술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찰청은 1월부터 ‘중소기업 기술보호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보호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중소기업청과 함께 전국 주요 산업단지를 돌며 ‘기술보호 합동설명회’를 열고 있다. 대전의 통신 정보기술(IT)업체, 강원도 바이오업체 등 지역별·업체별로 보안인식 개선교육을 하고 있다. 이달 초엔 강원 춘천에서 70여개 의료기기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보호 설명회를 열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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