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을 남용한 과잉 행정규제의 해악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대못규제’ ‘규제 암덩어리’ 같은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면서 규제철폐를 위한 끝장토론까지 있었다. 하지만 체감 규제는 그대로다. 아니, 더 심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규제폭포’라는 하소연까지 나왔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한꺼번에 쏟아진 규제 법안으로 사방팔방에서 기업활동을 옥죄어 든다는 절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어제 하계포럼에서 규제폭포론을 언급한 것은 설령 법안을 내더라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 완급조절이라도 해달라는 절박한 호소였다. 그는 “개원하자마자 180개의 기업 관련 법안을 내놨는데 그중 3분의 2인 119개가 규제법안”이라며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법은 미니멈(최소한의 기준)이 돼야 하고 논의가 깊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있는데, 그냥 확 발의된 느낌”이라고도 했다. 공감 가는 지적이요, 맞는 말이다. 20대 국회도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정하려는 ‘과잉입법’과 너무도 쉽게 법을 만드는 ‘날림입법’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가급적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규제로, 포지티브보다 네거티브 입법으로 가는 게 맞다는 박 회장의 주장도 백번 옳다. 기업을 키우고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성장의 주역인 기업인들의 얘기부터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단순한 원리가 무시된다. 대한상의가 “기업 스스로 규범을 만들 수 있도록 여지를 달라”며 발목잡기를 경계하는 그 순간에도 규제는 쏟아지고 있다. 반면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지방정부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민간부문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하루빨리 철폐하라”고 질타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에선 좌파 올랑드 정부가 노동시간 연장과 해고요건 완화를 담은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표결 없이 대통령 긴급명령권으로 통과시켰다. 규제철폐와 투자확대, 노동개혁은 이미 이념도 국경도 없다. 규제강화 아니면 증세논의, 한국만 성장정책의 반대 방향이다. 마치 경제를 죽이자는 합의라도 있었던 듯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