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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인사'가 정권도 나라도 망친다

입력 2016-07-21 20:43:52 | 수정 2016-07-22 02:36:29 | 지면정보 2016-07-22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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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인사청탁 금지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

연내 공기업 80여개 자리 교체
정·관계 낙하산 줄대기 난무

대우건설 CEO 두 달째 표류

AIIB까지 낙하산 파견 '국제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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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임기 말 고질병인 ‘정치권 줄 대기’와 ‘낙하산 인사’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건설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2개월 넘게 표류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여권 친박(친박근혜)계 실세 개입설이 나도는 가운데 지난 20일 열린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는 CEO 선임 결정을 또다시 보류했다. 증폭되는 낙하산 논란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는 지난 5월 말 회사 내부 출신 중에서 뽑으려던 계획을 외부 인사를 포함하는 재공모로 바꿨고 이후 정치권 개입설, 특정 인사 내정설 등이 이어지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여파로 연매출 10조원, 주택공급 능력 1위인 대우건설은 14일부터 경영 공백 상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누가 사장으로 선임되더라도 인사 파행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 낙하산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를 맡았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돌연 휴직계를 제출, 국제적 망신을 산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1일 “정부가 낙하산 인사로 인해 4조원을 내고 어렵게 얻어낸 AIIB 부총재직을 스스로 걷어찬 꼴 아니냐”며 “그런데도 산업은행 관할 기업까지 낙하산 논란이 거듭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80여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장 교체를 앞두고 벌써 정·관계 인사들이 여권 실세와 청와대, 장·차관에게 줄을 대느라 바쁘다.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누가 올까”라며 술렁이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한 국회의원은 “장관 시절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핵심은 물론 대통령 측근까지 인사 청탁을 했다”며 “인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정치권에서조차 “인사 청탁의 대부분이 의원들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의원들의 청탁을 금지하는 법안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는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

경제단체 한 임원은 “임기 말에 잘못된 인사가 나라를 망칠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개각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하반기 공공기관 인사에 낙하산 인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 줄대기와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권, 특히 집권 후반기에 심해지는 고질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한 약속은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의 사례에서 보듯 ‘공약(空約)’이 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공직자의 민간 분야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일명 관피아 방지법)해 ‘관피아 낙하산’은 줄었지만 그 자리를 정치인이 채우는 ‘정피아’ 논란은 더 커졌다.

박근혜 정부도 임기 초기 ‘인사 부실’로 장·차관 후보의 낙마 사태가 잇따르자 인사 시스템을 개선했다. 정부 고위급 인사나 산하기관장을 인선할 때 해당 장관이 3명, 관련 청와대 수석이 3명, 외부 추천 3명 등 9명을 후보로 올려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집권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런 원칙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올린 후보 명단에 점찍어놓은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공모 절차를 원점으로 되돌린 경우도 있다.

정부의 인사 파행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심해진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보은 인사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탓이다. 게다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느슨해지거나 조정력이 약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정치권의 목소리는 커진다. 일부 권력 핵심 실세들이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야당은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우병우 사단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권 세력이 정치 ‘낭인(浪人)’에게 보상해줘야 하는데 공기업이 아니면 마땅히 보상해줄 데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낙하산 인사가 사라지려면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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