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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멸시와 두려움 담아…유럽, 황인종을 만들다

입력 2016-07-21 17:23:21 | 수정 2016-07-22 02:01:10 | 지면정보 2016-07-22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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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종의 탄생

마이클 키벅 지음 / 이효석 옮김 / 현암사 / 348쪽 / 1만6000원
‘황화(黃禍·yellow peril)는 칭기즈칸이 유럽을 침략한 이래 중국에 대한 서구 이미지의 일부가 됐다.’ ‘황화라는 개념은 6세기 훈족 왕 아틸라의 침략에 대한 반응으로 유럽에서 처음 사용됐다.’

미국 잡지 ‘하퍼스 위클리’(1898년)에 실린 독일 빌헬름 2세 원작의 ‘황화(yellow peril)’. 대천사 미카엘이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여전사들에게 부처와 용으로 형상화된 동양의 위협에 맞서 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암사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미국 잡지 ‘하퍼스 위클리’(1898년)에 실린 독일 빌헬름 2세 원작의 ‘황화(yellow peril)’. 대천사 미카엘이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여전사들에게 부처와 용으로 형상화된 동양의 위협에 맞서 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암사 제공


마이클 키벅 대만대 외국어문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된 학술지에서 읽은 두 문장에서 중대한 오류를 발견했다. ‘황’이란 색깔이다. 유럽인이 유럽을 참된 종교의 수호자이자 인류 문명의 최고봉이란 이미지로 봤다는 점에서 아틸라나 칭기즈칸의 침략은 분명히 위협으로 인식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협은 19세기 이전까지 황색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서구에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몽골인 등 동아시아인이 ‘황색 몽고인종’, 줄여서 황인종으로 규정되고 불린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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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벅 교수는 《황인종의 탄생》에서 서양에서 황인종이란 단어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변이·정립·전파됐는지 동서양의 다양한 문헌 속 용례를 통해 고찰한다. ‘백색 동아시아인’이던 중국인과 일본인이 ‘황색 몽골리안’으로 규정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황인종이란 단어가 얼마나 서구 중심적이고 자의적인지 규명한다.

16세기 유럽의 이른바 ‘대항해시대’ 초기까지 동아시아인은 백인으로 묘사됐다. 12세기 말 마르코 폴로를 비롯한 중세 기행문 작가들은 중국 지도자와 일본인 귀족을 모두 백인(bianca)으로 지칭했다. 중국을 방문한 한 포르투갈 상인은 “중국인은 우리처럼 백인이다”는 여행기를 남겼고 한 관료는 “백인이며 풍채가 좋다”고 기록했다. 저자는 이런 표현을 피부색을 정확하게 관찰한 결과라기보다 높은 수준의 문명을 가진 신비한 동양인을 우호적으로 설명하는 용어였다고 해석한다.

이후 백색부터 잿빛, 담황색, 황갈색, 암갈색, 진갈색, 적갈색, 올리브색 등으로 다양하게 묘사되던 동아시아인의 피부색은 생물분류학 발달과 함께 19세기 들어 황색으로 수렴됐다. ‘생물분류학의 아버지’ 칼 폰 린네는 아시아인의 피부색을 luridus(황색)로 표현했다.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확산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독일 해부학자 블루멘바흐다. 그는 동아시아인을 지칭하는 몽고인종이란 새로운 인종 범주를 규정했다. 당시 중국을 혐오하며 두려워하던 유럽의 분위기와 맞물려 칭기즈칸을 떠올리게 하는 몽고인종은 빠른 속도로 퍼졌다. 이후 인류학이 발전하면서 점차 황색과 몽고인종이 결합해 황색 몽골로이드가 탄생했다.

18~19세기 유럽인은 아프리카 노예와 식민지 개척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생학에 근거한 인종주의 개념을 개발하고 확산시켰다. 유럽인은 ‘우월한 백색인종’임을 내세우며 구분선을 긋기 시작했다. 백색은 그들의 자존심이었고 그 외의 피부색은 열등함의 증거였다.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인은 황색 몽골로이드란 이름의 유색인종이 됐고, 몽고눈(내안각주름), 몽고반점, 몽고증(다운증후군)은 ‘미개한 황인종’의 징후로 이해됐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이렇게 정의된 동아시아의 피부색과 중국과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 결합해 탄생한 황화란 개념이 유럽을 횡행했다.

21세기 과학은 이미 ‘인종은 없다’고 선언했다. 인류 유전자는 인종과 관계없이 99.9% 일치한다. 그럼에도 서양의 뿌리 깊은 인종적 차별과 배척의 산물인 피부색 구분은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행해진다. 대부분 한국인도 서양에서 이식된 황인종이란 단어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경계하고 일깨우고자 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그는 “피부색으로 인간을 구분하며 우생학을 앞세운 악질적 인종주의가 탄생했다”며 “황인종이란 백인-황인-흑인이라는 인종주의적 위계질서의 잔재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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