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삼 태양금속공업 회장(오른쪽)과 아들 한성훈 사장이 고(故) 한은영 창업주 흉상에 금탑산업훈장을 걸어주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우삼 태양금속공업 회장(오른쪽)과 아들 한성훈 사장이 고(故) 한은영 창업주 흉상에 금탑산업훈장을 걸어주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6·25전쟁이 끝나고 국내 산업은 부품 품귀 현상을 겪었다. 자전거 한 대도 제대로 고칠 수 없었다. 생산시설은 파괴됐고 소수에 불과했던 기술자마저도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휴전 다음해인 1954년 고(故) 한은영 태양금속공업 회장은 기계 부품 국산화를 목표로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을 ‘태양자전거기업사’로 지었다. 1964년 현재의 사명(태양금속공업)으로 바꾸기 전까지 자전거 부품을 생산했다. 창업 60여년이 지난 현재 이 회사는 매출 4824억원의 국내 최대 자동차용 고장력볼트 생산 업체로 성장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최우수 협력사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 GM에도 납품한다. 창업 2세 한우삼 회장과 그의 아들 한성훈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속 성장한 태양금속공업은 가업승계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한 회장은 1971년 말단 품질관리 직원으로 입사해 1991년 사장이 됐다. 2003년 회장 취임 첫해 1100억원대였던 매출은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는 1994년 동탑산업훈장을 시작으로 2004년 은탑산업훈장, 2013년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가족 같은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고 기술 자립을 통해 부품을 국산화한 공을 인정받은 결과다.

1967년 설립된 사출성형기업체 동신유압도 가업승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50년간 사출성형기 한우물만 팠다. 창업주 김지 회장은 회사 설립 2년 만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인라인스크루’ 사출기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국내 최초’란 타이틀이 붙은 이 회사 사출성형기가 5개가 넘는다. 1992년 국산화 유공자로 선정돼 은탑 산업훈장을 받은 김 회장은 이듬해 1000만불수출탑을 수상했다.

김 회장의 아들 김병구 대표는 2011년 취임한 이후 신나는 일터 만들기에 주력했다. 그는 경영수익의 3분의 1을 무조건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임직원의 자기계발을 위해 ‘동신아카데미’도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14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에 뽑혔다. 이 기간 매출은 30% 이상 늘어 지난해 600억원대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품질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자세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가업승계를 해왔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도 승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가업승계 과정에서 제도적인 걸림돌이 많다”며 “국회와 정부가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바꾸고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