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 변호사의 실전! 경매] (23) 경매 고수 되기 위한 첫걸음…'잠자는 열정 깨우기'
지금은 경매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필자에게도 경매 햇병아리 시절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경매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필자 역시 경매에 대한 선입견과 부정적인 시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이 임차해 살던 집이 경매에 들어가 소중한 보증금을 상실하게 된 임차인을 대리해 보증금 반환소송을 하다가 경매 실무와 경매계 실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당시 사건은 임차인이 전입신고상 사소한 실수로 대항력을 잃고 대항 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배당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집주인의 다른 재산에 가압류를 걸고 소송을 제기한 내용이었다. 그때 사건 기록을 검토하면서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잘못해 종국에는 대항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도 일반인은 그 내막을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 물건은 임차인의 보증금을 차감한 금액까지 계속 유찰을 거듭할 것이고, 결국 매매시장에서의 실제 가치와는 상관없이 그 내막을 알면 아무것도 아닌 법적 문제 때문에 헐값에 매각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이런 법의 맹점을 제대로만 파고들면 경매도 나름대로 괜찮은 수익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필자는 경매 공부에 몰입했다. 3개월에 걸쳐 50권가량의 경매 서적을 독파하니 어느덧 이론적으로 중무장한 상태가 됐고, 슬슬 실전 경험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나름대로 짧지 않은 기간 힘겨운 과정을 거쳤음에도 필자 역시 수차례의 패찰을 거듭한 뒤에야 비로소 첫 낙찰의 환희를 맛볼 수 있었다. 그 후 머릿속에 저장해둔 이론과 책에서 간접 경험한 선배들의 노하우, 여기에 오랜 고심 끝에 체득한 필자만의 노하우를 더해 명도에서 매각까지 전 과정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 비로소 말로 먹고사는 변호사가 아니라 발로 뛰며 수익을 일구는 진정한 재테크인, 경매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후 필자는 수백여건의 경매물건을 직·간접으로 낙찰받아 적지 않은 수익을 남기기도 했고, 필자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에게 기록적인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장기적인 실물경기 침체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던 부동자금이 요즘 훈풍을 타고 있는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경매에 입문하고 있고 성공적인 경매투자를 바라지만 경매시장에서 경매의 매력을 만끽하며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경매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정열을 깨워야 한다. 필자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분석해본 결과 성공적인 경매투자자의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정이었다. 경매에 입문하는 100명 가운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록 경매계에 남아 있는 사람은 대여섯 명 안쪽이다.

마지막까지 경매계에 남아 결국 일가를 이루고야 마는 사람의 특징은 가슴속에 남다른 열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슴속 정열에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장기간의 이론 공부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거듭되는 패찰에 따른 상처를 치유해준 것이다.

열정의 근원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에 들어가 어떻게든 생존자금이라도 건져보려고 경매 공부를 시작한 사람의 열정은 분노와 오기에 기반을 둔 것일 테고, 대물림하는 가난을 내 세대에서만큼은 벗어나고 싶다는 각오로 임하는 사람에게는 가난에 대한 혐오와 부에 대한 동경이 바탕일 것이다. 열정의 근원은 다양하지만, 그 열정이 바깥으로 뿜어져 나올 때의 느낌은 대동소이하다. 바로 절실하다는 것이다.

절실하게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아무리 대학 4년 동안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도 수가 없다. 경매고수가 되는 첫걸음은 그동안 길들여진 일상의 나태와 무기력에서 벗어나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열정을 일깨우는 일이다.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