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미국에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75)을 터키로 송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19일(현지시간)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날 터키 앙카라에서 집권당 정의개발당(AK)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에 귈렌을 추방해 터키로 송환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는 서류 4건을 보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터키로부터 귈렌의 송환을 요청하는 공식 문건을 접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터키가 국무부에 자료를 보내 관련 조약에 따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귈렌이 쿠데타에 가담해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터키 정부는 향후 수사 문제를 이유로 이번 문건에 귈렌의 혐의 사실을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터키 정부가 우리에게 보낸 서류와 요구가 무엇이든 간에 그들은 주장이 아니라 증거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을드름 총리는 "미국은 9·11 테러를 자행한 테러리스트 신병을 요구할 때 증거를 구했느냐"며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악랄한 쿠데타의 근원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누가 쿠데타를 어떻게 주도했는지 자세한 내용을 다 알고 있다"며 "혐의는 이미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귈렌은 에르도안과 한때 정치적 동지였으나 사이가 틀어지자 미국에서 망명 생활 중이다. 미국에서 영주권을 획득한 상태로 지내고 있으며 터키 여권은 이미 박탈된 상태다.

그는 쿠데타 배후라는 주장을 부인했으며, 자신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되자 오히려 에르도안의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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