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한남나들목(IC)~양재IC(공식명칭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계획의 핵심은 지하에 3층 구조 터널을 건설하고, 지상은 공원 등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지하 터널이 복층 구조로 건설된 사례는 국내에선 아직 없다.
한남~양재IC 3층 지하도로 위에 '축구장 84배 공원'
지하화 계획이 추진되면 지상에 있는 현 왕복 8~12차로가 24차로로 두 배로 늘어난다. 이 일대 심각한 교통체증을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동시에 미세먼지와 소음공해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초구가 지난 3월 발주한 용역을 총괄한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20일 열린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비전과 전략’ 세미나에 기조 발표자로 나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해 교통체증도 해결하고 신성장동력이 마련됨은 물론 대규모 녹지를 시민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발표한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지하에 왕복 20차로, 지상에 왕복 4차로가 건설된다. 지하도로는 3층 구조 터널로 조성하기로 했다.

한국도시설계학회를 비롯한 5개 학회가 지난 5월 마무리한 중간 용역에선 지하에만 왕복 14차로의 2층 구조 터널을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교수는 “한남IC부터 양재IC 구간의 교통체증을 완벽하게 해소하려면 추가 도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당초 2층 구조에서 3층 구조로 바꿔 차로를 늘리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지하 40m에 조성되는 급행도로 상·하행선의 진출입구는 양재IC와 잠원IC다. 지하 10m 지점에 설치하는 완행도로는 기존 교통체계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조성된다. 반포·서초·양재IC 등 7곳에 진출입구를 조성해 도심 도로와 연결한다. 이 지역 지하 15~30m 사이에는 지하철이 지나고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지하철 양옆으로 지하도로를 설치한다. 지상에 설치하는 왕복 4차선 도로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통해 건널 수 있는 이면도로로 만든다. 이 도로는 대중교통전용도로로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하화에 따라 확보되는 기존 IC 부지 총 11만9444㎡는 복합업무상업지구로 개발한다. 양재IC를 거점으로 한 6만6039㎡ 부지는 양재 연구개발(R&D) 혁신지구로 조성한다. 서초IC 거점 부지 4만2034㎡는 예술문화시설 등이 들어선다. 현 경부고속도로가 포장된 지상부 6.4㎞, 총면적 60만1000㎡는 공원이 된다. 축구장 면적(7200㎡)의 84배 규모이며, 서울 여의도공원(22만9000㎡) 면적의 2.6배에 달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교수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앞장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하화 사업이 추진되려면 서울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0일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비전과 전략’ 학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0일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비전과 전략’ 학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다가오는 통일시대의 교통·물류 체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해 입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지하화는 강남 지역만이 아닌 1000만 서울시민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연구원의 임희지 연구위원은 토론자로 나서 “정부와 서울시는 투자를 아까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지하화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제해성 위원장도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수도권을 아우르는 국토공간 재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대계”라고 말했다. 국가건축위원회는 관련 용역을 수행 중인 5개 학회 및 서초구와 함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국가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