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리우 올림픽의 작은 영웅들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보이콧 올림픽’이 될 판이다. 골프는 벌써 20여명이 불참을 선언했다. 제이슨 데이와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 등 세계 랭킹 1~4위가 모두 꽁무니를 뺐다. 미국 농구는 불참 의사를 밝힌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제임스 르브론(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을 빼고 김 빠진 ‘드림팀’을 꾸렸다.

테니스, 복싱, 육상에서도 출전 포기 선언이 터져 나왔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정부 비호 아래 선수들이 집단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가 불거지면서 선수단 전체가 출전하지 못할 위기다. 지구촌 축제가 개막 축포를 쏘기도 전에 ‘리우촌 잔치’로 쪼그라드는 듯하다.

치안부재 ‘만신창이’ 된 브라질

맥빠진 ‘리우 프롤로그’의 연출자는 지카 바이러스다. 치사율 1%에 소두증 신생아 출산 가능성이 공포를 증폭시키는 원류다. 여기에 신종 인플루엔자까지 겹쳤다. 벌써 6000여명이 감염돼 1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흘러다닌다. 사실이라면 치사율이 20%에 가깝다.

치안 부재는 상상을 초월한다. 독일의 한 방송국은 TV 중계방송 장비 두 개 컨테이너 분량을 리우 도착 하루 만에 털렸다. 조직폭력단이 올림픽 스타디움 코앞에서 총질을 해대는 곳이 브라질이다. 관광객들 사이에선 고가의 스마트폰을 노리는 소매치기들에게 던져줄 값싼 2G폰이 인기라니 차라리 코미디다.

더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 부재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재정적자 축소 의혹으로 직무정지 상태다. 국방장관은 지카 감염증세를 보이고 있다니 정부 기능은 만신창이나 다름없다. 가고 싶어 안달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네티즌들이 선수들의 불참 선언에 관대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네티즌 77%가 “선수들의 불참 결정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빅데이터 통계조사가 있다. ‘공포의 지카’가 철저히 ‘개인화’된 시대 변화를 극명히 드러내 준 아이러니다.

금메달 합작하는 작은 영웅들

그럼에도 그들은 간다. 대한민국 대표 선수 204명이다. 당초 선수단은 203명이었다. 복싱 세계 랭킹 상위자가 불참을 선언한 덕에 와일드카드 함상명이 막차를 탔다. 당초 올림픽 대표를 배출하지 못한 복싱협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건 물론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50명) 이래 가장 적은 규모로 선수단을 파견하는 체육회 역시 어느 때보다 이를 반기는 눈치다.

묵묵히 리우로 향하는 이들은 또 있다. 선수단을 돕는 127명의 지원 인력이다. 의료진과 행정요원은 물론 선수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한식 요리단도 리우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메달리스트가 거머쥐는 부와 명예도 이들에겐 없다.

이들을 리우로 이끄는 건 ‘가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과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이 선수들의 동력이라면, 사(私) 대신 공(公)을 앞세운 헌신이 지원단의 힘이다. 신혼의 한 문화체육관광부 직원은 셋째 출산을 고민하는 선배를 위해 “대신 가겠다”며 자원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싸우기도 전에 승리한 그들이다. ‘대한민국 전사 331인’의 리우 출정이 눈물겹다.

이관우 레저스포츠산업부 차장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