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의원들 절박함 없어…수도권 규제 3년만 풀어보자"
“이번에도 안 되겠구나 생각하고 4월14일 오전 2시30분, 선거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갔습니다. 휴대폰도 꺼버렸죠.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인천 부평갑·사진)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에 나선 ‘4·13 총선’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그는 20일 기자와 만나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 상황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순간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마지막 투표함을 남겨놓고 35표 지고 있었다”며 “남은 투표함은 내가 불리한 지역이어서 뒤집기 힘들다고 생각해 포기하고 집으로 갔다”고 했다. 이어 “잠이 안 오더라. 이제 뭐 하지, 두 번 떨어졌는데 정치는 그만둬야겠고, 취직해야 할까, 아내하고 여행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선거사무소 직원이 아내에게 뒤집혔다고 전화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마지막 투표함에서도 졌는데 맨 처음 개표하다가 개표기구가 고장 나 중단했던 부재자 투표함이 있었다”며 “그걸 맨 나중에 개표했더니 뒤집어졌다. 전국 최소 득표 차(26표)로 문병호 후보(국민의당)를 따돌렸다”고 말했다. 또 “기자들이 내가 진 것으로 알고 모두 문 후보 쪽으로 가는 바람에 내 사무소는 직원들 빼고 아무도 없었다. 방송에서는 문 후보 당선으로 나오더라. 오보를 낸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 측은 무효확인 소송을 했고,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재검표해 정 의원 유효표 4만2258표, 문 후보는 4만2235표로 집계했다. 정 의원이 23표 차로 우세했고, 26표는 투표용지에서 유·무효 표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판정을 보류했다. 판정보류표는 대법원 대법관들이 판단할 예정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등을 지낸 정 의원은 정치인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경제활성화나 민생 해결에 나선다고 하지만 실제 하겠다는 것보다는 ‘하다 안 되면 그만인 거지’라는 태도”라며 “국민은 ‘경제가 어렵다’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의원들은 절실함이 부족하고 치열한 도전정신이 없어 문제 해결 능력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기초 시·군 지역과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공항과 항만 구역 등에 개발을 허용하도록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수도권에서 빼간 만큼 새 일자리를 들어올 수 있게 해야 경쟁할 것 아닌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만들겠다고 했으면 그만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일단 3년만이라도 규제를 완화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지원 방안을 찾는 데 의정활동의 역점을 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