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된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은 국책 사업이 작년 한 해 187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3개 사업은 단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행률이 낮은 사업은 예산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덩달아 경기 부양 효과도 줄어든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창출지원사업·저소득층 생업자금융자사업 등 예산 타놓고 70%도 못 쓴 사업 187개
◆늘어나는 예산집행 부진 사업

1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의 회계연도 결산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개년 동안 예산 집행률이 평균 70% 미만이고 지난해에도 집행률이 70%를 밑돈 사업 수는 113개였다.

부처별로는 통일부(16개)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국토교통부(15개), 방위사업청과 해양수산부(각 11개),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각 8개) 등의 순이었다. 여기에 집행률이 떨어진 보조금 사업 74개까지 더하면 총 187개 사업이 책정된 예산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처 사업만 놓고 볼 때 예산 집행이 부진한 사업에 지난해 배정된 예산은 총 4조1414억원이었고, 이 중 1조6866억원(40.7%)만 사용됐다. 이렇게 집행률이 낮은 사업 중 뒤늦게 착공한 사회간접자본(SOC) 재원 등은 이듬해 예산에 반영(이월)된다. 나머지는 불용 처리돼 세계잉여금으로 쌓인다.

예산 집행률이 떨어진 사업(4개년 평균 70% 미만+해당년 70% 미만) 수는 2013년 85개에서 지난해 113개로 2년 동안 28개(32.9%) 늘었다. 고용창출지원사업은 지난해 예산 900억5800만원 중 68.4%만 집행됐다. 저소득층에 낮은 이자의 자금을 빌려주는 ‘저소득층 생업자금융자’ 사업(지난해 예산 58억5000만원) 집행률도 2012년 84.7%에서 지난해 64.1%로 떨어졌다.

◆보조금 사업도 지지부진

지난해 집행률이 떨어진 보조금 사업의 전체 예산은 3조1775억원으로 집행액은 1조6421억원(51.7%)에 그쳤다. 국토교통부가 17개로 부진 사업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도로 건설 사업이었다. 경기 고양시의 덕양~용미 국도(26억4700만원·집행률 50.4%), 경남 김해시의 생림~상동 국도(108억원·29.2%), 경북 영천시의 임고~조교 국도(70억원·21.2%) 등의 예산 집행률이 낮았다.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0%인 사업은 23개에 달했다. 도축장 구조조정 지원(9억4500만원), 남한강 예술특구 조성(75억원), 경남 창원시의 칠북~북면 국도(27억원), 봉강~무안 국도(54억원) 등의 사업은 예산만 타 놓고 집행 실적이 전혀 없었다.

◆떨어진 경기 부양 효과

집행률이 떨어진 것은 관계 기관들의 갈등과 해당 주민의 반대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고속도로 조사 설계사업’은 기재부, 국토부 등 관련 부처 간 총사업비와 노선 변경 협의가 지연돼 집행률이 떨어졌다. 가축분뇨처리시설 사업은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 일부 보조금 사업은 해당 지자체에서 매칭해야 하는 지방비를 마련하지 못해 중앙정부의 예산을 쓰지 못했다. 심예원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집행 부진 사업은 재정 투입이 필요한 다른 사업의 진행을 막아 국가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도 낮춘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