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스타트업 리포트] 축구장 7개 크기 네이버 데이터센터 "산바람 이용해 서버 열 식히죠"
“이 정도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데이터센터는 국내에선 처음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수준이죠.”

강원 춘천의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사진)을 운영하는 박원기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대표는 “각은 국내 인터넷 기업이 최초로 구축한 자체 데이터센터”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의 설명처럼 각은 친환경 고효율 설계로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은 PUE(전력사용효율성)라는 지표로 평가한다. PUE는 총 전력량을 정보기술(IT) 장비가 쓰는 전력량으로 나눈 값이다. 1에 가까울수록 조명이나 냉난방 등에 들어가는 전력이 거의 없다는 뜻이 된다. 각의 PUE는 1.12로 국내 평균(2.3)이나 세계 평균(1.8)보다 훨씬 낮다. 구글(1.09)이나 페이스북(1.07)의 최신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성 못지않게 친환경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데이터센터는 본래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하기 때문에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당연히 근처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방대한 데이터센터를 보관하면서도 잡음이 없는 것은 친환경적인 건물 건립과 운영을 통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각을 설계, 건립하는 과정에서 관련 특허만 20여개 확보하는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서버동에 설치된 냉각 장치인 ‘NAMU’가 대표적이다. 공기를 찬물이 흐르는 벽에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온도를 최대 6도 낮출 수 있다. 구봉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3중 필터로 걸러낸 뒤 NAMU를 거쳐 서버실로 보낸다. 이런 방식으로 서버실은 24시간, 365일 기온 25~28도, 습도 30~70% 선을 유지한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내 정원을 조성해 사시사철 화초를 재배하는 등 친환경성을 입증하고 있다.

축구장 7개 크기인 5만4229㎡(약 1만6000평)에 건립된 각은 관리동(1곳)과 서버동(3곳)을 포함해 총 4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12만대가량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1만개 분량의 데이터(900페타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연 15% 늘어나는 데이터 양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6~7년은 끄떡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 대표는 “고려 팔만대장경을 750년간 지켜온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 정신을 이어받아 사용자가 작성한 디지털 기록을 후세에 영원히 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