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구심점 사라진 친박계…‘각자도생’ 하나
친박(친박근혜)계 ‘큰 형님’으로 불리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내달 9일 예정된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권 경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가게 됐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불출마에 이어 서 의원까지 당권 도전을 포기하면서 친박계 구심점이 사라졌다. 때문에 대표 경선은 비박(비박근혜)계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는게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박계는 친박계 최 의원과 윤상현 의원의 ‘지역구 변경 요구’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당의 진상조사와 선관위 고발, 수사 의뢰까지 거론하면서 전대 최대쟁점으로 삼아 공세를 취하고 있다. 친박계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물론 존립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친박(친박근혜)계는 이주영·한선교·이정현 의원 등이다. 서 의원이 출마하면 경선에 나오지 않으려 했던 친박계 홍문종 의원도 당권 도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단일화는 현재로선 힘들 것이라는게 당내 일반적 관측이다. 이주영·이정현 의원은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친박은 오히려 분화하고 있다. 이주영 의원과 한 의원은 중립 성향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이주영 의원은 출마선언때부터 계파 타파를 주장했다. 그는 “계파라는 구속에서 벗어나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그것을 이끌 혁신형 통합대표가 바로 나”라고 했다. 서·최 의원의 2선 퇴진도 요구하며 ‘탈박(탈박근혜)’을 선언했다. 한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친박계에 대해 “호가호위하는 그분들이 대통령을 팔아서 장사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전대도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미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전부 대통령을 파니 대통령만 불쌍하다”고 했다.

친박계 분화 현상은 지난 5월 친박 유기준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 때부터 나타났다. 유 의원은 최 의원이 출마를 말리자 ‘탈계파’를 선언하면서 경선 참여를 강행했고, 패했다.

지난달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로 2차 분화현상이 나타났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기습적으로 유 의원 복당을 결정했을 때 조원진·김태흠·이장우 의원 등 친박 강경파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반면 서 의원은 “비대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원박’ 한선교 의원과 ‘신박(신박근혜)’ 원유철 의원, 온건파 친박계도 이에 동조했다. 이어 이번 전대 경선을 앞두고 친박은 다시 한번 분열하며 각자도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비박계는 ‘녹취록 파문’을 계기로 친박계에 파상 공세를 취하면서 뭉치는 양상이다. 비박계 당권 주자로는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이 뛰고 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공천 과정에 관여했는지 아니면 진박(진짜 박근혜)들이 대통령 이름을 팔았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막판 단일화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비박 단일화를 위해 뛰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정·김 의원을 만나 후보 단일화 할 것을 설득했다. 소장개혁파로 불렸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 의원 등에게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비박이 막판 단일화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대 구도는 흩어진 친박 후보 대 단일 비박 후보간 대결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 의원의 불출마가 오히려 비박 단일화 추진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서 의원이라는 강력한 친박 후보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박이 힘을 합하는게 절실했다. 하지만 서 의원의 불출마로 비박도 누구에게 양보하기 보다 각자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계파 타파를 주장한 마당에 비박 단일화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