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해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방송·통신시장의 자율적인 구조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M&A가 수익성 하락에 허덕이는 케이블TV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 케이블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공정위 결정을 수용한다”면서도 “M&A의 당위성을 강조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관계 기관을 설득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절차를 밟지 않고 인수를 철회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CJ헬로비전도 “공정위 심의 결과는 존중하지만, 케이블TV산업이 처한 현실과 미디어산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번 M&A는 선례가 없는 통신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동통신 3사의 인터넷TV(IPTV)가 2009년 서비스 개시 이후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와 통신 결합상품을 무기로 유료 방송시장을 잠식하면서 케이블TV업계는 가입자 및 매출 감소, 투자 정체 등 ‘3중고’에 시달렸다.

한 케이블TV 회사 임원은 “그나마 케이블TV시장에 관심이 있는 국내 통신사 자본의 유입을 원천봉쇄한 근시안적 결정”이라며 “경쟁력을 잃어 가는 일부 케이블TV 회사의 퇴로를 막아 업계 전체의 연쇄적인 위기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방송 주무부처도 아닌 공정위가 케이블TV산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없이 권역별 시장 점유율 등만 보고 기계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아무런 성과 없이 다시 7개월 전으로 시간만 돌려놓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매각 관련 협의체를 구성한 케이블TV 3위 업체 딜라이브(옛 씨앤엠)의 매각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불허로 양사의 주식 거래가 무산됨에 따라 이번 M&A의 계약 미이행에 따른 위약금 문제 등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