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에 우승 넘겨준 김효주
김효주(21·롯데·사진)가 막판 뒷심 부족으로 울었다. 3라운드까지 벌어둔 타수를 잃지만 않았어도 리디아 고(19·뉴질랜드)가 들어올린 우승컵은 그의 몫일 수 있었다. 처음으로 노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도 물거품이 됐다.

김효주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이랜드메도스GC(파71·6512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마라톤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2오버파 73타를 쳤다. 버디 2개를 잡아냈지만 경기 초반부터 터져나온 보기 4개가 발목을 잡았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친 김효주는 단독 4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앞서 1~3라운드까지 선두를 질주한 김효주의 기량은 2014년 LPGA투어 첫 승을 안겨준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 때를 방불케 했다. LPGA 메이저 사상 한 라운드 최저타(61타)를 치며 우승하던 때처럼 퍼팅이 홀컵으로 쏙쏙 빨려들어갔다. 3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한 ‘천재’ 리디아 고가 날카로운 아이언샷으로 홀컵 2m 옆에 공을 붙이면 김효주는 1m 거리에 공을 떨궜다. ‘천재’를 제압하는 ‘원조 천재’의 실력이었다.

하지만 마지막날 집중력이 문제였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팅이 모두 삐걱거렸다. 3라운드까지 87%에 이르던 드라이버 정확도가 57%로 뚝 떨어졌다. 그린 적중률도 89%에서 67%로 곤두박질쳤다. 사흘 내내 20대 후반을 기록하던 퍼팅 수는 서른 개를 넘겼다.

18번홀(파5)에서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앞서 경기를 마친 공동 선두그룹과 2타 차인 만큼 이글 한 방이 필요했다. 세컨드 샷을 페어웨이에 잘 떨어뜨린 그는 그린까지 걸어가 굴곡을 확인한 뒤 회심의 어프로치샷을 날렸다. 공은 홀컵 오른쪽 1m 옆에 붙었다. 버디를 잡았지만 연장전에 합류하기에는 한 타가 부족한 ‘아쉬운 버디’였다.

우승은 네 번째 연장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미림(25·NH투자증권)과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꺾은 리디아 고가 차지했다. 연장전 전적 4승1패를 기록한 그는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5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1위(225만5376달러)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