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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발 기업문화 혁신…대한민국 기업이 바뀐다

입력 2016-07-18 16:42:49 | 수정 2016-07-18 16:42:49 | 지면정보 2016-07-19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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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바꾸고…회의 줄이고…직급 단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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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함께 신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7·4제(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 퇴근하는 제도)와 발탁인사제, 능력급제 확대 등이 이뤄졌고 이는 삼성이 약진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23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가 또 한 번의 인사 혁신에 나섰다. 직급을 줄여 인사에서 연공서열적 요소를 없애고, 호칭도 ‘OOO님’으로 바꿔 창의적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성장 시대, 인사 적체로 느려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창의의 대명사인 구글과 애플을 따라잡겠다는 게 삼성의 생각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23년간 유지해 온 인사제도를 바꾸기로 함에 따라 다른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은 이 같은 제도 변화를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경쟁사인 LG전자도 비슷한 제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리콘밸리 따라가는 전자업계

“구글은 중요한 일도 엔지니어-상무(VP)-최고경영자(CEO) 등 3단계를 거쳐 의사결정을 한다. 우린 다르다. 대여섯 단계가 있다 보니 일선 직원의 아이디어가 사업부장(사장)에게 전달되려면 한 달 이상 걸린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복잡한 직급 체계에서 나오는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삼성전자는 사원에서 부장까지 5단계로 이뤄진 직급을 4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직급 체계가 줄면 능력 있는 젊은 직원들이 그룹장과 팀장 등으로 쉽게 발탁될 수 있다. 또 이들에겐 능력에 맞는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연봉제에서도 때가 되면 오르는 연공서열적 요소를 최소화한다.

호칭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수평적으로 ‘OOO님’으로 부른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쉽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인 삼성이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려면 상명하복 식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게 삼성의 생각이다.

업무 효율 높인다

임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글로벌 인재가 일하러 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대거 포함됐다. 업무 몰입도란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는 정도로 사업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한국 기업의 업무 몰입도는 미국 등 세계적 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를 높이기 위해 먼저 회의를 효율화한다. 꼭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모두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게 한다. 시간은 최대 1시간 이내로 하며,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지킬 것을 ‘회의 권장사항’으로 정했다. 보고는 보고받을 사람을 직급별로 차례로 거치기보다 이들에게 한 번에 보고하는 ‘동시 보고’를 활성화한다. 또 형식보다는 핵심 내용만 전달하도록 할 계획이다. 상사 눈치를 보며 오래 회사에 남아있거나 주말에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잔업, 휴일 특근은 지난해의 50% 이하로만 허용한다.

또 임원에겐 1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쉴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임원은 토요일엔 오전에 출근해 회의하고, 일요일엔 오후에 회사에 나와 월요일 업무를 준비하는 사례가 많았다. 직원들은 연간 휴가계획을 미리 세우고, 매년 15일 이상 연차를 무조건 쓰도록 했다. 또 올여름부터는 임직원 편의를 위해 사무실에서 반바지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업체들로도 확산

LG전자도 인사 체계를 직급 위주에서 직책 위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능력 있는 과장 팀장 밑에서 부장 팀원 여러 명이 일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 LG전자에서 직급은 의미가 사라진다. 그동안 일정 요건을 갖춰야 사원에서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승진한다. 대신 파트장, 팀장 등 ‘직책’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과장도 성과가 우수하면 팀장이 되고 차장, 부장을 팀원으로 둘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 방안을 올해 시범 실시한 뒤 부작용 등을 고려해 최종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다.

평가 방법도 바꾼다. 지금까지는 일정 비율을 정해 S, A, B, C, D등급을 줬지만 앞으로는 S와 D를 제외한 나머지 등급은 절대평가로 바꾼다. 전체 팀원의 절반에게 A를 줄 수도 있고 C만 줄 수도 있다.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기 위해 ‘스마트워킹위원회’를 신설한다. 수시로 인사에 관해 제안을 받기 위해서다. 야근 문화도 바꾼다. 야근이나 특근 승인은 기존 부서장 전결에서 팀장 전결로 간소화한다. 본부별 안식주간, 최대 2주의 여름휴가, 월 1회 리프레시 데이 등도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조직 제도 변화가 한국 전자산업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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