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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성역'에 갇힌 트랙터

입력 2016-07-17 17:55:17 | 수정 2016-07-17 23:35:25 | 지면정보 2016-07-18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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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석 산업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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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갈거나 곡식을 수확할 때 등 광범위하게 쓰이는 농기계가 트랙터다. 농촌에서 많이 쓰는 100마력짜리 트랙터 값은 싼 것이 5000만원, 비싼 것은 1억원까지 한다. 중형 승용차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돈을 빌릴 때 담보로 넣을 수 없다. 동산(動産)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서다. 정부가 몇 년 전 농기계에도 자동차처럼 등록제를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농민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등록제가 생기면 농기계를 살 때 취득·등록세를 내야 한다는 이유였다.

농민·중소기업 보호 '족쇄'

농기계도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이다. 하지만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농민들에게 싸게 공급해야 한다는 정책목표 때문에 보조금, 저리 융자를 제공해 시장이 왜곡돼 있다. 생산자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수요자인 농민, 공급자인 중소기업이 모두 ‘성역’이다. 경쟁의 벌판이 아니라 성역에 갇혀 있다 보니 농기계산업에 경쟁력이 생길 리 없다.

시장 왜곡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김영삼 정부 시절 ‘반값 농기계’ 정책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농민을 돕는다며 농기계를 살 때 가격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줬다. 필요 없는 농민도 경운기 트랙터를 샀고,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됐다. 시장이 조기 성숙하는 바람에 농기계 업체들은 매출이 줄고, 투자 여력을 상실했다.

지금도 농기계 연구개발(R&D) 예산은 중소기업에만 준다. 지난 10년간 수백억원의 농기계 R&D자금이 풀렸지만 대기업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농기계 R&D 성공률이 낮은 이유다. 그 결과 농기계 내수시장이 1조원을 넘지 못하고, 농기계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내 1, 2위인 대동공업과 LS엠트론도 글로벌 랭킹에서는 20위 안에 못 든다.

세계 농기계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는 이머징 마켓이다. 개발도상국은 소득이 늘면서, 중진국은 농촌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농기계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6.5% 성장했다. 세계 농기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10억달러(약 136조원)로 LCD(액정표시장치) 등 평판디스플레이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시장을 놓고 각국 농기계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 존디어와 아그코, 일본 구보타, 이탈리아 CNH 등 4개 회사가 시장의 65%를 나눠 먹는다. 한국 농기계 업체들은 숟가락도 못 얹고 있다. 구보타는 한국 시장마저 비집고 들어와 지난해 17%까지 잠식했다. 국내 농기계 기업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경쟁력 높여 '수출 효자'로 키워야

농기계의 70%를 차지하는 트랙터는 자동차와 비슷하다.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4륜 구동장치 등을 모두 갖췄다. 기계 부품 등 전후방 산업 효과도 크다. 선진국들이 농기계를 유망 산업으로 육성하는 이유다. 일본만 해도 대기업인 구보타가 글로벌 농기계 시장을 개척하도록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로 밀어주고 있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수출의 돌파구를 멀리서 찾지 말자. 트랙터 등 농기계라고 효자 수출상품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농기계를 수출산업으로 키우려면 대기업에도 R&D자금을 배분해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농기계가 시장에서 제값 받고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등록제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농민과 중소기업 보호라는 성역의 울타리부터 걷어치우는 게 순서다.

차병석 산업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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