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몽골 정상회담] 몽골 커피시장 60% 장악한 한국…중소기업 비즈니스 기회 넓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한·몽골 정상회담에서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기미가 있지만 한국은 개방과 자유무역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국제 경제 여건 속에서 자유무역 축소가 아니라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몽골, 중견·중기 틈새시장 부상

몽골 인구는 300만명, 국내총생산(GDP)은 116억달러로 세계 124위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2억9000만달러(2015년 기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몽골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EPA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몽골이 세계 10위 자원부국(구리 2위, 석탄 4위)인 데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거점국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 중견·중소기업의 유망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페베네(시장점유율 35%)와 탐앤탐스(29%)는 몽골 커피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젊은 층의 한국산 화장품 수요도 증가해 대몽골 화장품 수출액은 2010년 520만달러에서 지난해 91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마트는 합작으로 울란바토르에 이달 말 몽골 최초의 할인점을 개장한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은 “EPA가 타결되면 우리 기업의 몽골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의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3의 이웃정책’의 동반자

내륙국가인 몽골은 중국(최대 수출시장)과 러시아(주요 에너지 공급원)에 치중한 경제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제3의 이웃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일본은 지난 6월 몽골과 EPA를 발효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선 도요타 프리우스 등 일본 중고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해 EPA 체결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상회담 후 바로 공동연구에 착수해 연구를 조기 종료해 협상을 빨리 시작하자”고 주문했다. 최종 타결까지는 3~4년이 걸릴 전망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자동차 전자 석유제품 등 한국 주력제품의 수출 증대와 함께 원자재 수입 단가 인하가 기대된다.

◆몽골 인프라사업 진출

한국과 몽골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친환경에너지타운 등 경제 분야 16건을 포함해 총 2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14개 프로젝트에 5조원 규모인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이 참여를 추진하는 주요 프로젝트는 몽골 제5 열병합발전소(15억5000만달러), 타반톨고이 발전소 건설(5억달러), 울란바토르~신공항 간 철도 건설(5억달러) 등이다.

그동안 양국 간 쟁점 현안인 인천~울란바토르 복수 항공사 취항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고,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항공노선 분야의 협력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울란바토르=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