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퇴치법이 새로 나왔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매년 2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슈퍼박테리아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슈퍼박테리아연구센터장)팀이 항생제인 ‘폴리믹신’에 항암제 ‘네트롭신’을 소량 첨가하면 슈퍼박테리아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17일 발표했다.

폴리믹신은 세균을 죽이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독성이 있어 사람의 신장과 신경에 해를 입힌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폴리믹신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폴리믹신에 네트롭신을 섞으면 폴리믹신을 기존 농도의 8분의 1 정도만 써도 슈퍼박테리아를 제대로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항생제의 농도를 낮추면 독성으로 생기는 부작용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슈퍼박테리아는 세 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였다.

연구진은 사람의 감염병을 연구할 때 자주 이용하는 실험동물인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로도 효능을 검증했다.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나방 애벌레에 두 물질을 섞어 주사하자 항생제만 맞았을 때보다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6월16일자에 실렸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