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변 광고판 '10개 중 9개 불법'
지난 16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서울요금소를 지나니 도로 옆에 해당 지역 라디오 주파수를 알리는 광고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축제 및 시정을 홍보하기 위해 세운 광고판부터 대학 광고 등도 고속도로 주변에 널려 있었다. 어림잡아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0m 이상으로 보이는 초대형 광고판도 보였다. 고속도로변에 세워진 이런 광고는 대부분 관련법상 허가받지 않은 불법 광고물이다.

17일 광고업계 등에 따르면 고속도로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로 주변에 ‘야립(野立) 간판’으로 불리는 불법 옥외광고물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런데도 단속해야 할 정부와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 지자체가 정책 홍보를 위해 불법 광고물을 설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08년 7월 개정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 지역 외 고속국도·일반국도·지방도의 도로경계선 및 철도경계선에서 500m 이내 지역에는 광고 설치가 금지돼 있다. 2008년 이전까지는 지자체가 도로 주변에 임의로 광고물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단체장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로변 옥외광고물을 적극 활용해왔다.

하지만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 민간 분야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 후 2011년 7월까지 3년간의 유예 기간을 주고 불법 광고물을 자진철거하도록 했다. 대신 2009년부터 행정자치부 산하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옥외광고센터에 도로변 광고 운영권을 줬다. 광고 수입은 올림픽 및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기금으로 활용된다.

지난달 기준으로 옥외광고센터가 전국에 설치한 도로변 광고물은 150개다. 이를 제외한 도로변 광고물은 모두 불법이지만 지자체는 불법 광고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광고업계는 도로 주변 불법 광고물이 전국에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로 주변에 설치된 광고물 열 개 중 아홉 개 이상이 불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속도로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광고 효과가 큰 데다 철거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렇다 보니 지역 축제 및 특산품을 홍보하는 불법 광고물을 직접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도로변에 불법 광고물을 몰래 설치해주고 돈을 받는 업체도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인 행자부는 도로변 불법 광고물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 불법 광고물을 철거하라는 공문만 내려보낼 뿐 단속에는 뒷짐을 진 채 방관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