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데타 진압의 1등 공신이 소셜미디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지지자를 결집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CNN방송 등이 17일 분석했다.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 선언 후 6시간 만에 아타튀르크 공항에 나타나기 전 아이폰 영상통화 '페이스타임'으로 터키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오전 12시 24분(현지시간)께 페이스타임으로 연결한 CNN 튀르크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을 (군부에)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봉기를 시도한 세력은 군부에서 소수에 불과하다"며 "지금 앙카라로 복귀 중이며 (쿠데타는) 곧 진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CNN 튀르크 방송 스튜디오에 등장한 아이폰 속 페이스타임 화면에 얼굴을 보였으며, 이 모습이 전파를 타자 지지자들이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터키 국민의 결집을 촉구하고 쿠데타를 모의한 세력에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측근들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쿠데타 세력 격퇴와 통제권 회복을 준비했다.

터키에서 인터넷이 불통이 됐을 때 터키 대통령실은 전 국민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명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전국에 보내 반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지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지역 이맘(이슬람 성직자)을 통해 '거리로 나가라'는 대통령 메시지가 전파되자 국민은 이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재확산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면서 막판에는 전통 미디어인 TV 방송을 통해 쿠데타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가장 효율적으로 알렸다.

군부가 처음으로 장악해 봉쇄한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다리에서 군인 수십명이 무기를 버린 채 손을 들고 투항하는 모습이 방송 화면에 잡혔다.

터키 카디르하스 대학의 아킨 윈베르 교수는 "정부가 전통적인 수단과 21세기 수단을 흥미롭게 섞은 전략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쿠데타를 시도한 터키 군부는 전통 미디어인 국영 방송사와 위성 통신망을 포함해 교량, 공항, 의회 등 주요 '오프라인 시설' 장악에 힘썼다.

군부는 국영 방송사를 장악해 언론전을 펼쳤지만 파급력과 영향력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에르도안 대통령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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