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이름으로 먼저 향을 느끼다…향수 네이밍 스토리
향수에서 향만큼 중요한 것이 네이밍(이름 짓기)이다. 조향사가 의도한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것이 좋은 네이밍으로 꼽힌다.

자원봉사자·자동차 퍼레이드서 영감

산타마리아 노벨라라는 회사가 만든 ‘피렌체의 천사들’이라는 뜻의 ‘엔젤스 오브 플로렌스’란 향수가 있다. 이 제품은 1966년 피렌체 아르노 강이 범람해 도시가 진흙에 잠겼을 때 도시 재건을 위해 땀을 흘린 자원봉사자에게서 영감을 받은 향수다. 아르노 강 범람 40년이 되던 2006년 출시됐다. 자원봉사를 했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담은 네이밍이다.

'알바 디 서울' 이탈리아어로 '서울의 새벽'이란 뜻. 유제니오 알판테리 산타마리아 노벨라 CEO가 남산길 산책하며 맡은 소나무 향 모티브
'알바 디 서울' 이탈리아어로 '서울의 새벽'이란 뜻. 유제니오 알판테리 산타마리아 노벨라 CEO가 남산길 산책하며 맡은 소나무 향 모티브
이탈리아어로 ‘서울의 새벽’(산타마리아 노벨라)이란 뜻의 ‘알바 디 서울’은 2012년 12월 ‘도시 서울’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이 향수를 제조한 유제니오 알판테리 산타마리아 노벨라 최고경영자(CEO)는 서울을 방문했을 때 장충동 신라호텔 인근 남산로를 산책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서울에 올 때마다 바람에 섞인 소나무 냄새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소나무 진액과 잎을 농축한 원료에 베티버와 파촐리 같은 잎을 혼합했다. ‘알바 디 서울’은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의 ‘동이 틀 무렵의 소나무 숲’ 사진이 인쇄된 특별 패키지로 선보이고 있다.

‘노스텔지아’ 피렌체 클래식카 퍼레이드에서 영감. 진한 첫향 시간 지날수록 시가·바닐라향. 빈티지한 자동차 시트 냄새 떠올라
‘노스텔지아’ 피렌체 클래식카 퍼레이드에서 영감. 진한 첫향 시간 지날수록 시가·바닐라향. 빈티지한 자동차 시트 냄새 떠올라
‘노스텔지아’(산타마리아 노벨라)는 2002년에 제작된 향수로 매년 피렌체에서 열리는 ‘밀레밀리아(MILLE MIGLIA)’라는 클래식 자동차 퍼레이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오래된 차고에서 나는 빈티지한 자동차 시트 냄새를 연상시키는 향이다. 첫향은 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가와 바닐라 향을 남긴다.

간호사들에 대한 찬사를 향수로 표현하기도

[명품의 향기] 이름으로 먼저 향을 느끼다…향수 네이밍 스토리
‘로즈 오브 노 맨즈 랜드’(바이레도)는 그 이름처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무인지대(No Man’s Land)에 핀 아름다운 장미’로 불리던 간호사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수천명의 목숨을 구한 간호사들의 헌신과 노고에 찬사를 담은 제품이다. 섬세하고 우아한 향이 피부를 감싸면서 몸의 긴장과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우아한 장미와 라즈베리 향이 지나면 우드 계열의 파피루스와 화이트 엠버향이 잔향을 남긴다. ‘로즈 오브 노 맨즈 랜드’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된다.

‘플라워헤드’(바이레도)는 1주일 동안 열리는 인도의 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화환을 주고받는 풍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향수다. 이 화환은 두 남녀의 결합과 영적인 보호를 의미하고 있으며,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신부의 머리장식과 부케에서 영감받은 상큼한 플로럴 향과 튜베로즈의 관능적인 향이 특징이다.

‘플라워헤드’ 인도 결혼식서 주고받는 화환에서 영감. 하나되어 새출발하는 이들을 향한 축복 담아 신부 부케의 상큼하면서도 관능적인 향
‘플라워헤드’ 인도 결혼식서 주고받는 화환에서 영감. 하나되어 새출발하는 이들을 향한 축복 담아 신부 부케의 상큼하면서도 관능적인 향
바이레도의 최고 베스트셀러인 ‘블랑쉬(Blanche·흰색)’는 바이올렛 꽃의 투명한 향기를 맑고 부드럽게 표현해 냈다. 깨끗하게 세탁된 면시트가 햇빛 아래서 건조되고 있는 느낌의 향이다. 처음은 알데히드 향으로 시작되나 발향 즉시 사라지며 부드러운 로즈향을 남긴다. 중간쯤엔 네롤리의 상쾌한 시트러스 향이, 마지막엔 우드와 머스크의 균형있는 혼합으로 안정된 향이 난다. 바이레도의 설립자 벤 고햄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만들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