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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신참이 가라"…'초보캅'에 학생 안전 떠맡긴 경찰

입력 2016-07-16 09:01:00 | 수정 2016-07-16 09:01:00 | 지면정보 2016-07-16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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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폴리스 예고된 '불상사'
수사 경험 풍부한 베테랑 기피
35시간 교육에 매뉴얼도 부실

앞뒤 안맞는 개선안
상담 줄인다면서 심리전공 늘려
2명이 21개교…인력부족 '여전'
지난 4월26일 서울 강서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들이 강서구 신정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홍보 행사도 스쿨폴리스가 맡은 역할 중 하나다. 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4월26일 서울 강서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들이 강서구 신정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홍보 행사도 스쿨폴리스가 맡은 역할 중 하나다. 연합뉴스


서울 일선 경찰서 소속 A경사(37)는 5년차 학교전담경찰관(school police officer·SPO·스쿨폴리스)이다. 2012년 이 제도가 제정된 직후 스쿨폴리스로 배치돼 초·중·고등학교 9곳을 전담하고 있다. 그의 주 업무는 학교 안팎의 비행 청소년을 감독하고 훈계하면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일이다. 음주·흡연에 빠진 학생부터 폭력서클에 발을 담근 학생까지 일일이 쫓아다니며 훈계한다. 동네 ‘큰형’ 같은 존재다. 교사와 학부모들도 “스쿨폴리스 덕분에 학교 내 일진이 사라졌다”고 말하곤 한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에 힘쓰다 보니 몇몇 학교 서클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며 “학생들이 경찰이라고 무서워하지 않고 믿고 의지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국 1138명 스쿨폴리스들의 활약으로 학교폭력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학교폭력 사건은 2012년 한 해 2만3877건에서 지난해 1만2495건으로 절반가량 급감했다. 이 기간 비행청소년 4046명이 속한 불량서클 264개가 해체됐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도 2012년 9.6%에서 지난해 0.94%까지 떨어졌다.

◆주먹구구식 제도가 부산사건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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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학생주임’으로 불리던 스쿨폴리스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변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난달 24일 부산지역 스쿨폴리스 2명이 담당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다. 부산 사하경찰서 김모 경장(33)과 연제경찰서 정모 경장(31)은 근무시간에 개인 상담을 명목으로 담당 학교 여고생과 만나 승용차 및 숙박업소 등에서 성관계를 했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스쿨폴리스 제도의 취약점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쿨폴리스 제도가 졸속으로 제정된 데 따라 초래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다. 상당수 경찰은 부산 스쿨폴리스 사건을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에서 스쿨폴리스는 기피 보직이다. 경찰 조직에서 자원자가 거의 없고, 수사 경력 등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은 보내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승진 코스’와는 거리가 멀다. 2012년 도입 초기 195명에서 현재 1138명으로 늘어난 스쿨폴리스 인력 대부분은 젊은 경찰관 또는 스쿨폴리스 특채로 채워졌다. 경찰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총 243명의 교육·심리·아동학 전공자를 특채로 선발하고 있다.

스쿨폴리스 대부분이 경험이 적은 데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스쿨폴리스 교육은 배치 직후 경찰교육원에서 1주일간 이뤄지는 총 35시간의 청소년범죄 관련 교육이 전부다. 미국 스쿨폴리스는 최소 14주 이상 교육을 받는다. 서울 지역 스쿨폴리스인 B경장은 “어리다는 이유로 차출됐다”며 “학교 폭력 분쟁해결법을 배웠지만 실전은 달라 한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업무지침(매뉴얼)도 모호하고 현실과 괴리된 내용이 많다는 게 현장 요원들의 불만이다. 학생에게 상담요청이 들어왔을 때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일부 경찰이 학생과 자동차 및 카페에서 개인적으로 만나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모든 건 경찰관 재량으로 이뤄졌다. 스쿨폴리스를 지낸 한 경위는 “일각에선 스쿨폴리스에 경찰 홍보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근본 해결책 빠져

경찰청은 지난 14일 스쿨폴리스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부산지역 스쿨폴리스 사건이 터진 지 3주 만이다. 스쿨폴리스의 교육 및 상담 기능을 축소하고 1138명의 스쿨폴리스를 교육 및 심리 전공자 등 전문가로 교체한다는 게 개선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초보 경찰을 스쿨폴리스에 집중 투입하는 문제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은 향후 10년간 895명을 추가 채용해 1100여명에 달하는 스쿨폴리스를 교육 및 심리 관련 전공자로 채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상담자 역할을 축소한다면서 교육·심리학 전공 특채를 늘린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사건의 재발을 막고 학교폭력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경찰관 교육을 강화하고 세부 행동지침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스쿨폴리스 업무를 학교 폭력 예방에 집중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뒷걸음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이 인원 확충에 대한 언급 없이 남녀 경찰관이 2인1조가 돼 2명이 21.6개교를 맡는 식으로 스쿨폴리스 운영체계를 개편했기 때문이다. 현재 스쿨폴리스 1인당 평균 담당학교 수 10.8곳보다 두 배로 많아진 것이다. 부산지역 스쿨폴리스는 “스쿨폴리스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부산 사건 해결에만 치우친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며 “경직된 규정으로 업무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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