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과학범죄수사 전문가들이 15일 해변 휴양지 니스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와 관련해 용의자가 몰던 트럭과 그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니스AFP연합뉴스
프랑스 과학범죄수사 전문가들이 15일 해변 휴양지 니스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와 관련해 용의자가 몰던 트럭과 그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니스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13일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 이후 8개월여 만에 또다시 프랑스에서 수십 명이 사망한 테러가 일어났다. 이번엔 휴양지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였다.

또 뚫린 프랑스…이번엔 휴양지 니스서 '트럭 테러'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이자 국경일인 ‘바스티유의 날’을 맞아 축제가 벌어진 니스에서 14일 오후 10시30분(현지시간)께 대형 트럭 한 대가 인파 속으로 돌진,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84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다쳤다. 25명은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CNN은 “운전자가 트럭을 몰아 사람들을 들이받기 전 창밖으로 총을 쐈다”고 전했다. 트럭 운전자는 현장에서 경찰에게 사살됐다. 니스에 살던 31세 튀니지계 프랑스인 남성 무함마드 라후에유 부렐로 확인됐다. 그는 프랑스와 튀니지 이중국적자로, 폭력과 무기 사용 등으로 경찰에 알려진 인물이나 테러와 직접적 연계는 없었다고 프랑스 수사당국은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테러로 규정했다.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 축구 국가대항전 ‘유로 2016’(6월10일~7월10일)에 대비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도 이달 말까지에서 10월 말까지로 3개월 연장했다.

오후 10시30분께 니스 앞바다에서 펼쳐진 불꽃놀이가 막 끝났을 때였다. 밤하늘과 밤바다를 붉고 파랗게 수놓는 장관을 보기 위해 수천명이 니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유명 산책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라는 뜻)에 줄지어 서 있었다. 하얀 트럭이 시속 60~70㎞의 속력으로 달려들었다. 길이가 약 6m에 달하는 대형 화물트럭이었다. 트럭은 사람을 치면서 2㎞를 질주했다.

여운을 즐기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AP통신은 “거대한 흰색 트럭이 사람들 사이를 미친 듯이 질주했고, 트럭에 받힌 사람들이 볼링핀처럼 공중으로 날았다”고 목격자의 말을 전했다. 현지에 있던 AFP통신 기자는 “사람들이 차에 치였고 잔해와 파편이 마구 날아다녔다”고 했다. 관광객 콜린 스리배스터바는 BBC방송에 “수백명이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오길래 무슨 일이냐고 묻자 한 명이 ‘뛰어, 무조건 뛰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트럭은 르네그레스코호텔 인근에서 멈췄다. 운전자는 경찰과 총격을 벌이다 사살됐다. 현지 매체인 니스마탱은 테러범이 사망 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은 트럭 안에서 권총 한 자루와 다양한 가짜 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격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슬람국가(IS)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프랑수아 몰랭스 프랑스 파리 검사장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격은 이슬람 무장세력 테러의 전형적인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번 일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테러 행동지침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IS는 2014년 9월 테러를 위해 차량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개인 일정으로 남부 아비뇽에 머물던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로 돌아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사건 발생 5시간30여분 뒤인 새벽 4시에 TV 연설로 “자유의 상징인 국경일에 프랑스가 공격받았다”며 “약속하건대 프랑스는 우리를 공격하려는 광신도보다 언제나 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작년 1월(12명이 숨진 샤를리 에브도 테러)과 11월 우리를 공격한 세력에 반격을 가해 쳐부숴야 한다”며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을 IS 격퇴전에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방비 상태의 일반 대중을 노리는 ‘소프트 타깃’ 방식의 테러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