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홀컵 한 바퀴 돌고나온 '메이저 최소타'
‘왼손의 마법사’ 필 미켈슨(46·미국)이 두 번째 브리티시오픈(디 오픈) 우승 트로피 ‘클라레저그’에 바짝 다가섰다. 미켈슨은 1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로열트룬GC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를 쳤다. 중간 합계 10언더파 132타를 친 미켈슨은 이틀째 선두(15일 오전 2시 현재)를 달렸다.

3년 만에 ‘클라레저그’ 눈앞

< 이럴 수가… > 제145회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한 필 미켈슨이 14일 열린 대회 1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이 홀컵을 돌아 나오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럴 수가… > 제145회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한 필 미켈슨이 14일 열린 대회 1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이 홀컵을 돌아 나오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에선 비바람이 부는 등 브리티시오픈 특유의 악천후가 재연됐다. ‘베테랑’ 미켈슨은 흔들리지 않고 타수를 차분하게 덜어냈다. ‘우편엽서’ 홀로 불리는 8번홀(파3)에서는 홀인원에 가까운 컴퓨터 아이언샷을 날려 ‘탭인 버디’를 잡아냈다. 14번홀(파4)에서는 6m가 넘는 긴 퍼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미켈슨은 하루 전 열린 1라운드에서도 8언더파 63타를 치는 불꽃타를 휘둘렀다. 63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역사상 가장 낮은 스코어다. 지금까지 25명만이 미켈슨과 같은 63타를 기록했을 만큼 귀한 성적이다. 62타는 아직까지 한 명도 기록하지 못했다. 미켈슨이 이 기록을 눈앞에서 날린 것이다.

1라운드 17번홀(파3)까지 미켈슨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냈다. 18번홀(파4)에서도 5m짜리 버디 퍼트를 남겨놓고 있었다. 이 퍼트가 들어갈 경우 미켈슨은 만 4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을 새로 세울 수 있었다. 공은 그러나 홀컵 테두리를 한 바퀴 돌아나오고 말았다.

미켈슨은 경기가 끝난 뒤 “너무 아쉬워 눈물이 나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캐디 짐 매케이는 미켈슨의 버디 퍼트가 실패하자 실망한 나머지 그린에 벌렁 드러눕기도 했다. 여자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은 2014년 김효주(21·롯데)가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세운 61타다.

왼손잡이 골퍼인 미켈슨은 2013년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한 메이저 강자다. 이 우승 외에 PGA챔피언십 등 메이저 4승이 더 있다. PGA투어에서 수집한 우승 트로피가 42개나 된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 예선 탈락하는 등 의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는 메이저 강자라는 그의 명성을 회복할 호기다.

가장 큰 변수는 날씨다. 첫날은 브리티시오픈답지 않게 화창했지만 2라운드부터 전형적인 비바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3, 4라운드에서도 악천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미켈슨의 낙승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브러더스 최고 기록 깰까

K브러더스는 명암이 엇갈렸다. 맏형 격인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는 2라운드 중간 합계 1언더파 141타로 예선 통과를 확정했다. ‘괴물’ 안병훈(25·CJ)도 이날 2언더파로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영건’노승열(25·나이키)은 중간 합계 11오버파로 예선 통과가 무산됐다. 올해 처음 출전한 왕정훈(21)과 이상희(24)도 극심한 샷 난조 탓에 각각 8오버파, 7오버파를 적어내며 디 오픈의 벽을 넘지 못했다.

K브러더스 중 누구라도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해 ‘톱7’에 들면 역대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최경주(46·SK텔레콤)가 2007년 기록한 공동 8위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