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특정 기업을 압수수색할 때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는 건 휴대폰이다. 기업 임직원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휴대폰으로 처리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기업의 주요 임원 사이에선 “검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휴대폰을 한강에 던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휴대폰이 핵심적인 압수 대상물로 떠오른 것은 4~5년 전부터다. 검찰이 휴대폰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속에 들어 있는 각종 기록 때문이다. 카카오톡 같은 대화형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오간 말이나 음성 파일, 인터넷 검색 기록 등 모든 데이터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검찰로선 휴대폰 압수로 주요 혐의를 밝혀낸 ‘성공 경험’이 많은 만큼 주요 피의자의 휴대폰 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휴대폰 자체를 뺏는 건 무리한 수사기법이라고 지적한다. 혐의와 관련된 내용만 이미지 파일로 복사하는 게 원칙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예외 조항이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증거 인멸 시도가 보일 때 △패턴 등 보안설정을 풀라는 요구를 거부할 때 △스스로 협조할 때 등이 예외적 사항이라고 검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검찰이 휴대폰을 압수하면 기업 실무자들의 업무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 한 기업 관계자는 “부서원 간 대화부터 파일 교환, 메일 확인 등 업무의 상당량을 휴대폰으로 처리하는데 이를 뺏기면 업무를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압수당한 휴대폰으로 인해 숨기고 싶은 사생활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압수수색을 당한 사람 중 일부는 검찰에 휴대폰 반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무조건 휴대폰부터 압수하려 하고 피의자들은 감추려 하다 보니 증거은폐 의혹을 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