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범현대그룹 품 떠나는 현대상선
현대상선이 대주주에 대한 차등 감자안을 확정함에 따라 대주주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바뀌게 됐다. 1976년 옛 현대그룹 계열사 아세아상선이 모태인 현대상선은 40년 만에 범(汎)현대그룹의 품을 떠나게 됐다.

현대상선은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주주·특수관계인 차등 감자의 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현 회장을 비롯해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글로벌 등 기존 대주주 지분율은 20.93%에서 7 대 1 감자를 당해 3.64%로 떨어진다. 대주주 감자의 효력 발생일은 오는 8월19일이며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을 거치면 대주주 지분율은 1% 미만으로 더 낮아진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 회장이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대주주 감자를 수용했다”며 “현대상선 대주주는 25일부터 채권단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세계 최대 해운 동맹인 ‘2M’ 가입을 확정 지은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채권단 관리) 절차에 따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채권단은 공모 사채권자, 외국 용선주들과 함께 1조2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출자전환 효력은 오는 25일 발생하며 출자전환 후 지분율은 채권단 40%, 외국 용선주 20%, 사채권자 20%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출자전환이 완료되면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5309%에서 200%대로 낮아지게 된다. 현대상선은 정부가 조성한 12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 지원 자격(부채비율 400% 이하)을 얻게 됨에 따라 이 펀드를 활용해 초대형 선박을 확보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계열사 매각, 대주주 감자, 사재출연 등으로 경영정상화에 이바지한 현 회장에게 향후 현대상선 매각 때 우선매수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현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줄 경우 앞으로 현대상선을 매각할 때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