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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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트레이너 정아름 씨(36·사진)의 이름 앞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배우 장근석, 가수 지나 등 유명 연예인 퍼스널트레이닝(PT) 트레이너’ ‘아름다운 뒤태 소유자’ ‘트레이너 TV 방송 1세대’….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만난 정씨는 스스로를 장식할 그 어떤 말도 붙이지 않았다. 그저 활기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트레이너 정아름입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언제나 바쁘다. PT 수업 일정과 각종 잡지의 화보 촬영 및 원고 투고 요청이 쏟아진다. 지난 4월에는 경기 용인에 피트니스클럽 라이프글램센터를 열었다. 이달 8일부터는 중국 상하이에서 유료 온라인 PT 클래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도 매일 자신의 인스타그램(@areumjung)과 블로그(http://blog.naver.com/nar_style)에 ‘셀카’와 직접 찍은 운동 영상 올리기를 잊지 않는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인 건 맞아요. 하지만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합니다. 저는 ‘보디 스토리텔러’라고 저 자신을 소개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자기 몸과 소통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가진 ‘멋진 몸’의 기준이 너무 제한적이잖아요. 각자 다 개성 넘치는 아름다움이 있는데 말이죠.”

정씨는 “사람들이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이 만들어지겠느냐”며 “획일적인 틀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이 내린 몸매’의 소탈한 성격을 보며 ‘신이 버린 몸매’의 기자는 그가 지나온 삶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골퍼에서 ‘미스코리아 트레이너’로

[人사이드 人터뷰] 정아름 "자기 몸이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다 '행복한 착각' 심어주는 게 내 역할"
정씨는 용인대 골프학과에서 프로골퍼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대학 1학년이던 2000년 겨울, 그 꿈을 접었다. 그는 “아버지가 공무원이었고, 골프 연습은 이모가 운영하던 골프연습장에서 했다”며 “유학을 가고 싶다든지, 대회 준비를 위해 돈을 더 달라든지 하는 경제적 부담을 가족에게 지우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프에선 힘과 비거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몸매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정씨는 “골퍼의 꿈을 접으면서 ‘몸으로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을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80㎏이 넘었는데 어머니에게 ‘3개월 뒤 50㎏까지 뺄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어머니는 ‘네가 진짜로 그렇게 하면 미스코리아 내보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겨울방학 석 달 동안 49㎏까지 뺐죠. 제 키가 170㎝ 조금 넘고, 지금 60㎏인데 그때 그렇게 감량했으니 얼마나 말라 보였겠어요.”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계기는 단순했다. 다이어트 후 외모가 달라진 정씨를 본 한 지인이 그를 미스코리아 출전 준비 교육생으로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 원장에게 추천했다. “처음에는 ‘체대 출신이 무슨 미스코리아에 나가느냐’고 고개를 저었는데, 어머니가 ‘그냥 미모 자격증 딴다 생각하고 나가 보자’고 하셨어요.”

짙은 화장과 드레스, 하이힐과 무대 워킹 등 그 어떤 것도 익숙지 않았다. 그는 “함께 교육받던 사람들이 대놓고 절 무시했어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때 집이 개포동이고, 미용실이 압구정동이었거든요. 집부터 미용실까지 하이힐을 신고 한 달 동안 걸어다녔습니다. 그렇게 연습하니 미스코리아 무대용 자세도 나오고, 하이힐에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정씨는 2001년 미스코리아 서울 선으로 본선에 진출했고, 미스코리아 무크에 입상했다. ‘체대 골프학과 출신 미스코리아’란 경력 때문이었을까.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그는 모두 사양했다. 그래도 운동 관련 방송은 꾸준히 출연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연예인이라는 생각 안 해요. 운동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운동 영상을 찍을 때 보니 운동보단 몸매에 치중하더라고요. 연예인 하려고 미스코리아 나간 것도 아닌데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폭식증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다

[人사이드 人터뷰] 정아름 "자기 몸이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다 '행복한 착각' 심어주는 게 내 역할"
그렇게 대중에게 한창 얼굴을 알리던 중 2004년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했다. “정말 친하던 이들이라 설마 제 돈을 들고 튈 줄 몰랐던 거죠. 알고 보니까 여기저기에 제 이름으로 계약하고, 중간에 받을 출연료 같은 것도 다 가로챘더라고요. 그때부터 약 4년 동안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어요.”

우울의 후유증은 불면과 폭식증으로 이어졌다. 강냉이와 시리얼 등을 몰래 사놓고 밤마다 꾸역꾸역 먹은 뒤 몽땅 토했다. “그땐 그렇게 토해야 잠들 수 있었어요. 한 달 정도 그렇게 살다가 어머니에게 들켰죠. 제가 폭식증을 지독히 경험해 봤기 때문에 폭식증 걸린 사람들 얼굴만 봐도 증상을 알아챌 수 있어요.”

폭식증을 이겨낸 뒤 생활을 규칙적으로 바꿨다. 일이 없어도 매일 오전 5시에 기상 알람을 맞춰 놓았다. 헬스를 비롯해 요가와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을 익혔다. 정씨는 “당시 그렇게 했던 이유는 미래에 잘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며 “앞일은 알 수 없다 해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꼭 올 것이라 믿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9년 골프방송 진행자로 복귀한 뒤 이듬해 SBS ‘스타킹’에 출연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만약 처음부터 잘됐으면 좀 더 유명해졌을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처럼 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지 않아요.”

“멋지게 나이 드는 트레이너 되고 싶어”

정씨는 “2014년까지만 해도 노출 기피증 때문에 비키니 수영복을 입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노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제 몸을 보면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몸을 보여줘야 운동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비키니를 즐겨 입습니다.”

그의 소원은 “멋지게 나이 드는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다. 그는 “나이에 맞게 사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며 “노년이 되면 그 나이에 맞는 운동법을 가르치는 트레이너가 돼 있을 것”이라 말했다. “예전엔 ‘보이는 부분’만 예쁘게 가꾸면 된다 생각했잖아요. 이제는 복근, 엉덩이같이 ‘안 보이는 부분’에도 신경 쓰죠. 이게 육체 관리법이 선진국형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신체와 운동에 대한 사고방식 범위도 좀 더 넓어지겠죠.”

아울러 “트레이너가 그저 살 빼주는 사람이란 생각은 편견”이라며 “좋은 트레이너는 교육받는 사람들의 몸 안에서 에너지를 끌어내고, 기초부터 탄탄히 가르쳐 주는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PT는 김치찌개 끓이는 것과 같아요. 운동 종류는 거기서 거기지만, 그걸 어떻게 전달하고 소통하는지가 중요합니다. 100을 아는데 20밖에 전달하지 못하는 트레이너는 좋은 트레이너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100 중 20만 알아도 그 20을 전부 알려줄 수 있는 트레이너가 더 낫죠.”

정씨는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어선지 몰라도 30대와 40대 여성의 몸에 특히 관심이 많이 간다”며 “이 시기 여성의 몸은 변화의 갈림길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평생 건강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사람들이 살을 못 빼는 근본적인 원인은 심리에 있습니다. 트레이너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다’는 ‘행복한 착각’을 심어줘야 해요.”

남에게 보이려고 운동한다 생각하면 안 돼

운동에 대한 '흔한 오해들'
어려운 동작이 꼭 효과적이진 않아
단백질 보충제는 선수에게나 필요


“운동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몸을 건강히 만들어 가는 과정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이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요.”

정아름 헬스 트레이너는 인터뷰 중간중간 ‘운동하는 사람들이 하는 오해’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첫손에 꼽은 ‘오해’는 “어려운 동작일수록 효과가 좋다”는 통념이다. 정씨는 “운동에도 단계가 있고, 이 단계마다 근육은 자극을 느낀다”며 “기본 운동은커녕 그냥 서 있는 자세에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 무조건 어려운 동작부터 먼저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내 몸은 멀쩡하다’고 자신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몸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마른 비만형이라든지, 골반이나 허리가 틀어졌다든지…. 기본 동작부터 착실하게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근육 운동과 관련해서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조언이 달랐다. “남성은 자기 몸에 맞는 무게의 덤벨을 들어야 하고, 여성은 근육운동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씨는 강조했다. “헬스장에서 보면 남성들이 근육운동을 하면서 은근히 서로 덤벨 무게로 경쟁해요. ‘무거운 걸 들어야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어리석은 일이죠. 반대로 여성들은 ‘근육운동을 하면 체격이 우락부락해질 것 같다’고 지레 겁냅니다. 근육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다 늘어져 버리는데 말이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단백질 보충제에 대해선 “보디빌딩 선수가 아닌 이상, 단백질은 평소 음식으로도 충분히 하루 섭취량을 채울 수 있다”며 “절대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