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의 ‘커넥티트 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상하이자동차와 손잡고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갖춘 커넥티드 카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자동차는 알리바바가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OS) ‘윈OS’를 내장했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시동을 걸고,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을 낼 수 있는 스마트 자동차다. -7월8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IoT(사물인터넷) 기능 갖춘 '커넥티드 카'…중국 알리바바, 세계 최초 양산
지난 6일 중국 항저우 윈시 컨벤션센터.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한 자동차 앞에 섰다. 이 자동차는 알리바바가 중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상하이자동차와 2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개발한 스마트카 ‘로위(Roewe) RX5’.

마윈은 “자동차에 컴퓨터 운영체제(OS)를 성공적으로 장착함으로써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스마트폰 기능의 80%가 전화 걸기와 관련이 없듯 스마트카에도 교통과 관련 없는 기능이 장착될 것이며 모두가 상상력과 창의력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의 질주가 무섭다. 알리바바가 발표한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갖춘 커넥티드 카(스마트 카) ‘RX5’는 그 한 사례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자동차 판매 사업에 진출한 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OS를 장착한 스마트 카를 개발, 세계 최초로 상용 판매에 나선 것이다.

‘RX5’는 한마디로 자동차와 컴퓨터를 합친 ‘달리는 인터넷 단말기’다. 앞좌석 정면의 10.3인치 액정화면에 깔린 전용 OS인 ‘윈(Yun)’이 모든 걸 대신한다.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등 기본 운전 조작을 제외한 모든 기능은 이 OS의 몫이다. 열쇠 대신 ‘윈’으로 시동을 건다. 운전자가 덥다고 하면 ‘윈’이 “에어컨을 켤까요?” 라고 묻는다. 에어컨 대신 차량 천장을 열라고 하면 역시 ‘윈’이 알아서 선루프를 연다.

목적지를 말하면 내비게이션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차량 지붕 위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가 도로·차량 상황을 체크해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가장 빠른 길을 찾고 안전 주행정보를 제공해 준다. 장춘후이 알리바바그룹 OS사업 부문 책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음성인식 시스템을 장착했다”며 “모든 작동은 운전자가 말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행 도중 “커피를 마시고 싶냐”는 메시지가 문자와 음성으로 동시에 나온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시간대 등 운전자의 습관과 기호가 빅데이터로 저장돼 있어 ‘윈’이 물어본 것이다. 아메리카노를 선택하고 5분 가까이 주행을 계속하자 “주문하신 커피가 완성됐다”는 안내와 함께 인근 커피숍까지의 경로가 떴다. 자동 주문이 들어간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윈’은 인근 주차장의 빈자리 수와 위치, 주유와 오일 교환 및 부품별 점검 시기 등도 알려준다.

알리바바의 스마트 카는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달리는 디바이스’다. 알리바바그룹은 ‘RX5’를 배기량(1500~2000cc)과 사양에 따라 9만9800~18만6800위안(약 1700만~3200만원)에 8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는 2014년 7월 전략적 제휴를 맺은 뒤 2년간 커넥티드 카 개발에 10억위안(약 1726억원)을 쏟아부었다. 알리바바가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커넥티드 카가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왕젠 알리바바그룹 기술위원회 위원장은 “스마트폰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면 커넥티드 카는 IoT 시대를 열어젖힐 것”이라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커넥티드 카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의 참여로 애플과 구글이 커넥티드 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OS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은 각각 독자 개발한 커넥티드 카 OS인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내놨다.

알리바바의 커넥티드 카 양산은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우리 기업을 뛰어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커넥티드 카는 물론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LCD(액정표시장치) 등 영상디스플레이, 디지털가전, 통신장비, 드론(무인항공기), 조선, 기계항공 등 거의 전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를 바짝 뒤쫓거나 추월한 상태다. 중국 경제의 하강 위험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중국 제조업의 질주를 걱정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제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실현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제조대국’이 되는 게 목표다. 산업의 판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김산월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 상장기업의 경쟁력은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포괄적인 수준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며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추격한다는 표현은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며 한국 정부와 기업인들이 중국 기업의 성장세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