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처럼…보령제약의 '사무실 혁명'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로 국산 신약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보령제약이 사무 공간 혁신에도 선도적으로 나서 주목받고 있다.

보령제약은 내년 창업 60주년을 앞두고 이달 초 서울 종로 본사에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를 전격 도입했다. 근무환경 변화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60년을 위한 혁신 DNA를 심겠다는 의지에서다.

스마트 워크플레이스는 칸막이와 개별 책상을 두던 기존 하드 워크(hard work) 스타일의 사무실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처럼 오픈 사무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가구를 재배치하는 기존 업체들의 스마트 오피스 수준을 뛰어넘어 ‘공간·사람·정보’를 핵심 콘셉트로 삼아 글로벌 기업 수준의 스마트 오피스를 구현한 게 특징이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열린 공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 오피스 구축을 직접 챙겼다. 사내 태스크포스(TF)팀과 함께 임직원들의 의견을 구하고 스마트 오피스로 유명한 일본 1위 사무가구 업체는 물론 미국 글로벌 제약사까지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보령제약의 스마트 워크플레이스는 기존 칸막이 사무 공간을 협업과 소통을 위한 오픈 공간으로 바꾼 게 핵심이다. 운동장처럼 사무실 중앙을 중심으로 임직원들이 마주 보고 소통할 수 있도록 사무 공간을 배치했다. 임원들의 개인 사무실은 없앴다. 대신 전화통화가 많은 영업사원들을 위해 전화부스를 별도로 마련했다. 6층에는 외부 활동이 많은 영업본부를 배치했고 7층에는 빠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흩어져있던 경영기획실과 마케팅본부를 입주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단순히 사무 공간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혁신의 시발점으로 삼자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은 스마트 오피스 도입을 계기로 간판 신약 ‘카나브’를 내세워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카나브는 올해 국산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보령제약은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판매하고 있는 카나브를 내년에는 러시아 등지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임상시험에도 착수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