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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공정위는 무엇이 두려웠나

입력 2016-07-14 18:03:08 | 수정 2016-07-15 00:29:19 | 지면정보 2016-07-15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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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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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을 한다는 조선업계가 노조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막는 것이 노조만은 아니었다. 시장에서 구조조정의 물꼬를 튼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정부가 막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금지명령 심사보고서를 낸 것이 그렇다. 이것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등을 통해 산업재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 그 정부 맞나 싶다.

방송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던 미래창조과학부는 한술 더 뜬다. 스탠스로 보면 분명 공정위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할 미래부다. 하지만 공정위의 금지명령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듯하다. 국회에서 “(합병 불허로) 케이블TV업계 위기감이 고조되는데 대책이 있느냐”는 지적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균형발전이 미래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균형이라니. 누구를 위한 균형인가. 이런 게 방송의 다양성이라면 소비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결론 정해 놓고 빌미 찾은 듯

공정위의 합병 금지명령은 합병 반대론자의 예상조차 뒤엎은 것이다. 처음부터 합병은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려놓고 그 빌미를 찾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공정위는 잘게 쪼개진 방송권역별 점유율을 걸고 넘어졌다. 정부가 권역별 독과점으로 출발시킨 게 케이블TV이고 보면 이런 자가당착도 없다. 더구나 권역별 좁은 시장 획정은 케이블TV 부실화를 초래한 주범이기도 하다. 어떤 합병도 생각하지 말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도대체 공정위는 무엇이 두려워 그랬을까. ‘보이지 않는 다른 손’이 작용했다면 청문회감이다. 합병 반대론자들은 인수자인 SK텔레콤에 화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공정위라면 SK텔레콤만 볼 게 아니었다. 공정위가 살펴야 할 두 가지가 애써 무시됐다는 인상이다.

최종심의에서 뒤집힐까

하나는 매각자인 CJ헬로비전이다. 조선산업이나 케이블TV나 위기인 것은 똑같다. 다만 케이블TV는 CJ헬로비전을 필두로 다수의 사업자가 스스로 매각에 나선 점이 다르다. 제대로 되기만 하면 케이블TV도 살 길이 열리고, 방송·통신 융합도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경쟁구도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다. 합병이나 매각 외에는 생존할 길이 없다는 데 공정위가 이를 막는다는 건 그냥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다른 하나는 합병에 반대한 쪽이다. 다른 통신사업자가 죽어라 반대한 데는 경쟁하기 싫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 어차피 통신 밖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사업자들이다. 다른 통신사업자도 M&A에 동참할 경우 통신·방송시장 공히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반대도 그렇다. SK텔레콤과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CJ 간 협력이 신경 쓰인다면 이 역시 경쟁엔 좋은 신호다.

구조조정도 촉진하고 경쟁력도 높일 카드가 시장에서 나왔다. 정상적 정부라면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 상식이다. 곧 공정위 최종심의가 열린다. 백보를 양보해 경쟁 제한 요소가 일부 있다고 치자. 공정거래법에는 기업결합에 대해 효율성 증대 등 긍정적 효과가 경쟁 제한의 폐해보다 크다면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있다. 구조조정 때 딱 맞는 규정 아닌가.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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