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브렉시트, 한국 핀테크 진출 기회로 삼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핀테크(금융+기술)는 공통점이 있다. 두 단어 모두 합성된 신조어이자 국내외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주제라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두 단어 중심에 영국이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은 과거 경험과 역사를 토대로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남아 있다. 전 세계 외환 거래의 40%, 금리 파생상품 거래의 50%, EU 내 헤지펀드 자산 거래와 유로·달러 거래의 80%가량이 런던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또 영국은 핀테크 중요성을 깨닫고 범(汎)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극 육성해 왔다.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빈민가이던 런던 동부 지역을 테크 시티(Tech City)로 명명하고 세제 혜택, 임대료 감면 등 다양한 지원을 해 왔으며 이와 별도로 런던의 새로운 금융 중심지인 카나리워프에 ‘레벨39’를 조성, 핀테크 중심의 혁신 클러스터를 육성해 왔다.

핀테크 업체들이 복잡한 금융 규제를 받지 않고 실제 금융환경에서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와 개인 간 대출(P2P)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혁신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창의적인 규제 및 지원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월 컨설팅회사 언스트앤영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핀테크산업은 시장 규모 66억파운드, 고용 인원 6만명 이상으로 실리콘밸리, 뉴욕, 싱가포르 등을 제치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에서 신고립주의가 득세하고 금융 중심지 위상은 물론 핀테크 분야 경쟁력도 추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중심지는 오랜 역사를 기초로 법률, 회계, 정보 네트워크, 영어 사용 등 다양한 금융 거래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가능하다. 이는 유럽 여타 도시들이 단기간 내에 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국 정부도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그중 눈에 띄는 것이 핀테크다. 변화에 소극적이던 은행들이 앞다퉈 핀테크를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우수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는 소식에 변화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오는 22일 런던에서 열리는 제3차 한영 금융협력포럼과 연계해 한국의 핀테크 기업을 영국에 소개하는 ‘핀테크 데모데이 in UK’ 행사가 개최된다. 이번 행사에는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외환송금 분야 스타트업, 서명홍채 인식 등을 통해 금융 거래를 가능케 하는 생체인증 솔루션 업체,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수상한 보안 솔루션 업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등 한국의 쟁쟁한 핀테크 기업들이 참여한다.

이들과 제휴 관계에 있는 대형 은행, 핀테크 지원센터 및 금융당국 등도 참여해 힘을 실어준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수출 판로 개척의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금융회사와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다소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핀테크산업이 영국 같은 선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준국 < 주 영국 대사 >